윤태현 < 주베네수엘라 대사 >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우리나라의 95년도 경제성장 전망을 볼때 해외에서
근무하는 우리들로서는 매우 고무적이고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된다.

경제성장 7.0~7.7%, 인플레율 5.8~6.8%및 수출입 각각 1,000억달러 초과
등의 통계치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비교하면 뒤떨어지나 싱가포르, 홍콩및
대만과는 막상막하이고 중남미에서 볼때에는 대단한 경제발전상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이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는 원자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필자는 원자재의 확보야말로 우리경제의 발전을 지속화시키고 치열한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전자 전기 중화학공업에는 철광석
(또는 고철) 석유 가스 알루미늄 납 아연 구리 주석등 대부분의 비철금속이
필요하며 섬유 신발에는 고무 면화등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의 모든 자원들은 중남미 여러국가에 풍부히 산재해 있으며 지금이
이런 자원의 개발및 확보를 위하여 우리가 투자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남미는 소위 잃어버린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들어와 정치 경제적
안정을 이룩하면서 시장경제로 진입, 개혁과 개방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94년은 중남미 국가에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 중요한 전환의 시점으로
기록될 것같다.

첫째 정치적으로 중남미 주요국가들이 정치 전환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베네수엘라 칠레 콜롬비아등의 대통령이 모두 바뀌었으며 페루는
95년4월 대통령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둘째 경제적으로는 중남미 국가들이 지역내 경제통합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미의 멕시코가 미국 캐나다와 함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창설했고
남미 남쪽에서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우루과이가 내년부터 남미
공동시장(MERCOSUR)을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또 남미 북쪽에서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 페루가
안디안 그룹의 자유무역지역을 95년 1월1일부터 가동시킬 예정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중남미 정치 경제 상황하에서 일본의 이곳 진출을 알아보는 것도
유익하다고 본다.

일본은 최소 10년앞을 내다보면서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4~5개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체간에 컨소시엄을 형성, 중남미 지역에서 자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개발및 확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이 비록 기술면에서 미국 영국 독일등 선진국들보다 열세이고 자본
투자에 있어서 위험도가 있는 경우에도 즉시 발을 빼지 않고 자원확보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이들 선진국들과 제휴하면서까지 자원개발에
적극 참여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중남미 투자진출은 어떠한가.

80년대말에 금성사가 칠레의 동광개발에 진출하였고 88~89년에 두 중소
기업이 볼리비아와 콜롬비아의 양잠업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또 91년에는 선경이 가이아나의 합판공장 설립에 말레이시아 기업과
합작으로 투자, 지금은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금년들어 한보에너지가
베네수엘라의 철광석광에 투자하기로 되어 있다.

이외에 중소기업들이 섬유 제조업분야에 합작 또는 독자적인 투자로 중미와
카리브국가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NAFTA 발족에 자극받은 우리나라의 26개 기업체들이 세탁기 제조공장,
TV브라운관 제작및 섬유 직물공장을 멕시코에 서둘러 세우고 있는 것도
빼놓을수 없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문제점은 단기적인 안목에 있다고 본다.

중남미는 아시아나 구소련제국등 여타지역에 비해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가
길고 시장경제 운용경험이 풍부하여 경제진출 여건이 매우 양호하다고 할수
있다.

선진각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현지회사를 통한 투자진출을 강화해 오고
있는 것이 중남미 경제진출 여건을 가늠할수 있는 좋은 징표라고 본다.

중남미제국 가운데는 휘발유 전기 가스등 에너지 비용이 우리나라에 비해
5분의1내지 10분의1 수준으로 저렴한 곳도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성실한
노동력과 양질의 자원을 구비하고 적극적인 투자유치 정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이야말로 세계경제에서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남미 지역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투자진출할 적기이며 무엇보다도
자원확보를 위해 투자진출할 때라고 반복 강조하고 싶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향후 자원을 확보할 경우 세계경제속에서 우리의
경제는 날개를 달고 무한한 도약을 할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