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보사부가 15개 화장품업체에 45개 품목의 소비자표시가격을
인하토록 통보했다.

이같은 조치는 4대도시의 화장품할인판매실태를 조사한결과 할인율이
20%를 초과하는 품목을 대상으로 한것이다.

정부의 소비자가격 인하조치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으나 화장품의 가격
질서는 잡히지않고 있고 업계의 자율적인 가격질서잡기운동도 별로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제품이미지에 자신없는 업체일수록 가격할인으로 소비자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게 사실이긴 하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마다,코너점
마다 가격이 천차만별로 형성되는 어지러운 가격질서와 이를 부추기는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불법거래의 매개체인 나카마(중간도매상)같은
것들이다.

"왜 권장소비자가를 높게 매기는가"란 소비자들의 의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화장품은 "꿈과 이미지를 파는 상품"이다.

총원가에 이윤과 유통마진을 덧붙인 공산품가격과 같을수는 없다" 여성
소비자는 고가외제화장품은 정가대로 다주고도 아까와하지않지만 국산
화장품은 절반이하값이 아니면 만족하지않는다.

K화장품 Y사장은 이에 대해 "가격 품질 기업에 대한 불신이 소비자의
뇌리에 새겨져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명동의 한복판에 있는 B화장품전문점에선 아르바이트청년을 고용,"화장품
거저 드려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지나는 여성들을 상대로 판촉에 열을
올리고있다.

이업소에서는 각종화장품을 20-54%까지 할인판매하고있다.

태평양의 라네즈4종세트가 소비자가격 8만4천원에서 35%할인된 5만4천6백원
에,럭키의 이지업4종세트는 20%할인된 6만7천2백원에,한국화장품의 템테이션
4종세트가 8만원에서 45%할인된 4만4천원에 팔리고있다.

1만9천원인 나드리화장품의 이노센스트윈케익은 9천5백원(50%할인),1만
5천원인 라미화장품의 라피네야채팩은 7천원(54%),참존클렌징워터는
4천2백원(54%)에 판매된다.

"거저드린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정도로 파격적인 값이다.

이웃한 2개의 S전문점은 이노센스케익을 8천9백원,8천8백원에 각각 판매,
덤핑경쟁의 극치를 달리고있다.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시장쟁탈전에서 이기려는 제조업체의 밀어내기
욕심과 아직도 필요악으로 치부되는 나카마의 온존이 바로 과다할인경쟁의
주범이다.

제조업체의 영업정책은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태평양과 럭키의 경우 출하가(대리점공급가격)를 소비자표시가의 56%,
58%선에서 결정하고 코너점공급가격은 61%,60%에 맞추도록하는 영업정책
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들업쳬의 영업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15%정도 할인판매한다는 전제
하에 대리점 15%선,코너점 30%선의 마진을 확보해주는 것이 가격정책의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이과정에서 실질적인 출하가인하효과를 갖는 백(Back)마진이란게
등장한다.

실적이 좋은 대리점에 주는 판매장려금,수금을 빨리하면 현금수수료,
어음결제를 빨리할때 매출할인료,판매독려차원의 덤얹어주기 등 온갖
명목의 역마진이 덧붙여지는 것이다.

대리점의 소화력을 초과해 밀어내기를 가능케하는 역마진의 값비싼
댓가는 가격질서의 혼란과 거품성장으로 이어지고 업계 전체로는 외제에
대응한 경쟁력기반의 붕괴요인이 되고있다.

수요초과물량은 대리점-나카마-코너점으로 공급,연중상시할인의 밑거름이
되고있다.

메이커의 밀어내기-대리점의 소화불능-나카마의 발호-코너점의 덤핑경쟁
등 악순환구조속에서 화장품업계가 악성독감을 앓고있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1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