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고향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그러기에 명절때만 되면 교통지옥을 감내하면서 까지도 고향을 찾는
인구의 대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고향에 남다른 추억이 있다면 더 말할수 없는 소중함이 될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에 가장 아끼고 더욱 기다려지는
모임이 있다.

요즘은 누구나가 몇군데 모임에 참여하고 있게 마련이다.

필자 또한 참여하는 모임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지금 이야기하고저하는 일심회의 모임은 더더욱 뜻이
깊다고 하겠다.

우리들의 인연은 45년전 6.25사변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필자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유학하여 중학생활을 읽히기
3개월여만에 비극의 6.25가 발발하여 황급히 짐을 꾸려 피난민의 틈에
끼어 고향 평택으로 내려가 전쟁이 끝나 복학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무한정 기다릴수 만은 없어 마음조이고 있던중 시골집에서
약10 나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안중중학교가 문을 열어 편입하게 되었다.

비록 모표와 뺏지는 다르지만 같은 처지에 있는 학생이 한반이 되어
공부를 하며 정이들기 시작한 것이다.

본교 복학을 위해 1년여만에 뿔뿔이 헤어져 자기 갈길을 갔지만 시골
촌놈의 순박한 정만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후 30년이 흐른 지난 80년초에 일심회라는 웅지를 틀었으니 벌써
15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때는 열두명 이었으나 한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타계하여 열한명이 되었으니 지금의 식구들 만은 앞으로 오래 장생
하기를 기원해 본다.

회원으로는 아직도 시골사투리를 못버린 초대 총무로 산파역을 맡았던
송세원(현대철강대표)이 회장을 맡고있으며 술좌석에서는 항상 추근추근을
연발하며 여유를 보이는 좌상 정성진이 총무이고 김상철(동국인테리어
대표),유갑목(삼원과학(주)대표),윤은상(송탄여고교감),전상훈
(에덴녹화사업(주)대표),정연석(정석학원이사),조성락(동양화가),
한완택(동국상사대표),그리고 필자가 끼어있다.

당시 시골의 중학교는 만학을 한 학생이 있어 연령차이가 많은 회원중
3명은 이미 환갑이 지나 60갑자의 한 획을 넙기기도 했다.

먼훗날 아니 더 늙기전에 우리는 다시 고향땅에 모여 성성한 백발의
석양인생들이 "야,이놈"하며 지나온 역정들을 두런두런 되뇌어 볼
것이다.

그때 우리들이 모여 앉은 한가운데에 화톳불이 있으면 금상첨화일텐데..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