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영배특파원] <미국의 공작기계산업,외국 기업으로 부터 혹독한
시련끝에 다시 튀어오르다>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의 8월말 특집기사
<글로벌 리포트>의 머리제목이다.

이 제목이 말하듯 미국의 공작기계산업은 지난 30여년간 침체일로를
달려왔다.

월등히 앞선 기술로 세계 공작기계수요의 절반을 공급했던 미국이 일본
독일 대만 이태리등의 파상공세에 밀리면서 내수시장까지도 내줘야 하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딴판으로 달라졌다.

지난해 절삭공구및 성형기계등의 공작기계주문이 전년에 비해 33%나
늘었고,올 상반기에도 23.6% 신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이 5분의1로 급전진하되면서 고사직전까지 갔던 10여년전과 비하면
지금은 태평성대나 다름없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엔 전체 공작기계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과
그 관련산업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분석일 뿐이다.

기계업종의 핵심인 공작기계산업의 회생에는 정부의 노력이 컸다.

특히 이 산업은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데다 항공기등 군수산업과 밀접히
연결돼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우선 외풍을 막기위해 미행정부는 지난 87년,일본 대만과 자율규정협정
(VRA)을 맺었다.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이들 나라로 부터 수입을 철저히 차단했던 것이다.

이 협정은 지난해 말까지 6년이상 지속됐다.

또 하나는 지난 86년5월,레이건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액션 플랜
( ACTION PLAN )이다.

이 플랜은 공작기계산업의 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플랜에 따라 생산성향상,마케팅활동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받고,
국방부 및 상무부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으며,연방정부로부터는
우선구매를 보장받고 있다.

더우기 지난해 10월에는 상무부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국가공작기계동맹(NMTP)>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업계는 물론
사용자들에게 까지도 기술적인 지원을 해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미국 정부는 이외에도 첨단기술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제한
해왔던 COCOM(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도 대폭 완화,업체들의 숨통을
터주었다.

이같은 여러 조치들에 힘입어,절살공구 성형기계등을 만드는 1천여개의
공작기계업체들은 물건을 만들어 대느라 야단이다.

이들 업체들은 오하이오 미시간 일리노이 휘스콘신등 오대호주변과 뉴욕
펜실바니아등지에 몰려 있는데 모처럼 찾아온 호황을 맞아 가동율도 대폭
높였다.

특히 올들어서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면서 수출 역시
호황이다.

제3국은 멕시코의 20%에 이르는 높은 관세장벽에 막혀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데 반해,미업체들은 반사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역시 같은 경제블럭을 형성하고 있는 카나다시장도 부쩍 커졌다.

최근 몇년동안 카나다의 공작기계수요는 해마다 20%가깝게 신장되는
추세여서 미국으로서는 또하나의 넓은 앞마당을 가지게 된 셈이다.

공작기계업체들은 이러한 대내외적인 유리한 여건을 활용하는 한편으로
경쟁력향상을 위한 자체노력도 전에 없이 활발히 추진중이다.

레이저등 신기술을 도입하고 총매출액의 7~8%를 연구개발비로 쓴다.

미국의 4대 공작기계업체로 꼽히는 기딩스&루이스,잉거솔 밀링 머신,
신시내티 밀라크론,리톤 인더스트리즈등은 이보다 훨씬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면서 국제경쟁력을 키워하고 있다.

연구분야에서는 정부지원아래 업체끼리 또는 업체와 정부기관 사이에
컨소시엄을 만들어 연구의 질을 높이고 개발기간을 앞당기고 있다.

경제계획협회(EPA)의 피터 토야회장은 <공작기계업계의 생산성과
효율이 급격히 향상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보다도 업계는 장래의 공작기계 수요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ITC(미국제무역위원회)의 자료에는 올해 10%신장은 무난하고,오는
2000년까지도 매년 7%의 신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절삭공구 수요가 공작기계산업을 이끌 것으로 업계전문가
들은 전망한다.

이같은 미공작기계의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외국업체들의 도전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세게 공작기계생산의 1,2위를 달리는 일본과 독일의 시장
침투자. 이들 나라는 자국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감소하자 미국시장을
겨냥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의 공작기계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영세할 뿐더러
자동차등 몇몇 대형 수요처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는 독림변수라기 보다는 관련산업의 경기변동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야 하는 종속변수의 운명이 어쩌면 공작기계산업의
한계인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