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의 경관을 해치는 "흉물" 외인아파트가 건립 22년만에 발파해체
공법으로 완전히 없어졌다.

20일 오후 3시 이원택서울부시장등 8명이 발파 단추를 누르자 외인아파트
2개동은 "꽝"하는 굉음과 함께 연쇄 폭발음이 이어지면서 폭삭 주저앉고
말았다.

가위 "순간의 파괴 예술"이라고 할만한 장관이었고 속시원한 쾌거이었다.

그 장관을 TV로 지켜 보면서 남산의 외인아파트가 우리에게 언제부터
"흉물"로 눈총을 받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22년전 외인아파트가 남산에 들어섰을 때 일반서민의 감각은 "흉물"이라기
보다 "선망"의 대상이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70달러, 연간 수출액이라야 고작
5억달러에 불과하였었다.

"선망"의 대상이 "흉물"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급속히
발전한데서 온 결과라고 할수 있다.

아파트 2개동을 철거하는 작업에 우리국민이나 매스컴이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된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첫째는 외인아파트의 철거로 남산의 경관을 되찾게 된 일이다.

눈의 가시같았던 존재가 없어졌으니 시원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 CDI사의 해체공법이 신기 하였을 것이다.

폭파작업을 목격하였던 한 여학생이 TV화면에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같은 심겸을 토로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원래 사람에게는 "파괴의 본능"이 있는 모양이다.

S 프로이드나 M 비어봄은 "파괴욕은 사람의 본성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본성"이라고 말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외인아파트의 폭파는 우리시민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일조를 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생각해야 할 일이 있다.

외인아파트를 철가하기 위해 서울시는 철거보상비로 1천5백39억원,
철거비로 14억원의 예산이 들었다고 한다.

또 그 자리에 야외식물원과 휴양시설 산책로 조깅코스등을 갖춘 시민휴식
공간을 조성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작업이 지금 우리에게 시각을 다투는 일이었을까.

20일 아침에도 서울시내 육교가 붕괴되어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그밖에도 한강교량이나 지하철의 보수공사등 시민의 안전에 관한 중대한
위험물이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형편이다.

아직도 우리 형편은 "경관"보다는 "안전"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