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그동안 대북한 경제협력을 가로 막아온 빗장을 풀고 본격적인
경협활성화를 위한 1단계조치를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경협재개 선언이 북한당국과의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인의 방북허용은 물론 기업들의 북한내 무역사무소설치 위탁가공활성화
와 함께 제한적이나마 투자까지도 허용하는 내용들을 포함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수 있다.

우리는 정부의 이같은 선언이 포괄적인 남북한 관계개선의 물꼬가 될수
있고 정부의 대북 경협지침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를 환영한다.

물론 우리는 이번 정부의 조치가 당장 남북경제교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우선 남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대화가 언제 재개될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가급적 미.일등 다른 서방국가들과의 경협을 확대하려는 태도를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와의 경협을 필요없다고 내팽개칠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기업과 정부에 몇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우선 기업은 경협의 물꼬가 트였다 하여 들뜨거나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번 조치는 우리측의 일방적 선언이며 그 내용도 아주 초보적인 수준
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92년9월 남북한간에 공식적으로 체결된 "남북교류에 관한 부속
합의서"는 그 내용이 이번 조치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구체적이었음에도
하루 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만 선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이번 조치에 호의적 반응을 보인다 해도 언제 경제논리를 버리고
정치논리를 앞세울지 모른다.

이같은 북한내 문제와 함께 우리 내부에서 부작용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먼저 우려되는 점은 우리 기업간의 과당경쟁가능성이다.

북한은 자신에게 유리한 기업들을 소리없이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경쟁심을
부추기는등 다목적 효과를 노릴 것이 뻔하다.

재계는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남북경협의 과실을 제대로 거두기 위해 대북
정보공유방안을 검토해볼 일이며 정부가 요청한 "남북경협협의회"의 구성도
적극 수용해야 할것이다.

정부로서는 경협의 기본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후속지원조치임을 명심
하고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협정등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당국과의
포괄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

남북경협은 궁극적으로 남북한 정치 사회관계의 진전없이는 큰 성과를
기대할수 없다는 것이 과거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교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