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노 <교통안전진흥공단 교수>

인간의 삶은 각종 선택의 연속적과정이라 할수 있다. 이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하게 장수할 것을 소망하면서 여러대안을 놓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를 고심하곤 한다.

그런 가운데 어떤학교를,어떤직업을,어떤배우자를 선택하느냐에 자신의
운명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동차대중화시대를 맞이하여 일상생활중 하루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는 자동차와 사람,자동차와 자동차가 충돌하는 교통사고이다.

삼성생명이 94상반기 지급한 사망보험금 5천7백94건을 대상으로
사망보험금 지급사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망원인순위에서 암사망
다음으로 교통사고가 22.5%으로 2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쉽게 알수 있다.

출퇴근길에 승용차와 대중교통수단중 어느것을 선택할 것인가, 위험한
지름길과 안전한 우회도로를 놓고,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횡단보도에
갑자기 띄어든 보행자를 놓고 정지와 통과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등의
선택적 기로에서 무심한 선택은 교통사고로 연결된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순간적으로 실수에 연유한다.

위험한 상태를 발견하는 인지,정지해야 겠다는 판단,브레이크를 작동하는
조작등 교통행동의 3단계가 1~2초에 불과하다.

100km속도로 자동차가 달릴때를 1초동안 대략 30m가량 전진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태를 발견하고도 사고를 피할수 없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초동안 가는 거리는 속도에 0.3을 곱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마디로 눈깜작할 사이에 가해자가 되고 죄없는 시민이 다치게 되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실수의 배경에는 자동차문화가 선진화되어 있지 못하는데
있다.

최근 미국 교통시사잡지에 한국의 자동차운전이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푸른신호가 켜지는 순간 반드시 뒤차의 경적을 얻어 맞으므로
푸른신호를 육상경주의 출발신호로 알고 직전에 출발해라.

둘째 차간 거리는 1인치의 틈도 두지말라. 그 틈을 메우지 않으면 뒤차
가 메우리라.

셋째 꼭 쾌적하게 다니려면 레미콘차를 사서 타라. 모든 차가 길을 막지
않고 달아 날 것이다.

넷째 모든 차선을 헤집고 다녀라. 주행차선을 고집해선 안된다.

다섯째 차가 막힐 때마다 경적을 길게 울려라. 스트레스가 풀려 건강에
좋다.

여섯째 손 흔들기의 예술을 배워라. 마구 끼어 들고도 손만 흔들어
주면 된다.

이상의 표현들은 우리가 도로현장에 나가면 흔히 목격되는 부끄러운
운전행태이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불나비처럼 순간의 앞지르기 쾌감을
얻기 위해 위험한 일을 감행하는 어리석은 짓은 삼가해야 겠다.

그것이 바로 나를 살리고 타인을 살리는 길이다.

이제부터 운전대를 잡는 순간 오늘 나의 운명이 바뀔수 있다는 중대하고
진지한 각오로 운전에 임해야 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