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올해부터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을 고려해야하는 만큼 자율결정의 여지도
좁다.

농민과 정부의 양자구도외에도 추곡수매 동의권을 쥐고있는 국회,사회단체
를 대표한 양곡유통위원회 4자간의 갈등은 그래서 초반부터 더욱 치열하다.

정부는 이미 "동결"을 선언한 상태고 농민들은 20%선(농협조사),농협은
9%선의 인상안을 내놓고있다.

21일 심야까지 회의를 거듭한 양곡유통위원회는 최소 5%선인상에
1천만석이상의 추곡수매를 정부에 건의했다.

국회는 지난 국정감사기간중 수매량 1천만석 이상에다 10%선의 추곡인상
을 여야 가릴 것없이 외쳐놓은 상태다.

농민과 정부는 그렇다하더라도 국회등 정치권도 내년에는 지자체 선거를
치루어야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더구나 여당으로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곡수매 동의안과 함께 WTO비준
동의안도 처리해야하는 부담을 안고있다.

양곡유통위원회도 여론의 눈치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8월말엔
희망자가 없어 위원회가 구성이 안될 정도로 진통을 겪은바 있다.

정부가 동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세가지.우선 UR협정상 내년부터 오는
2천4년까지 매년 7백50억원(3.5%)씩 수매총액을 줄여가야한다는 점이다.

올해 수매량을 늘려놓는다면 그만큼 내년에 감축분을 늘려야한다.

이중곡가제가 장기적으로는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중곡가제도가 국내 쌀시장을 비효율구조로 끌고간다는 지적은 UR이
아니더라도 이미 수차례나 지적되어온바다.

더구나 추곡가 결정의 기초가 되는 쌀생산비가 올해 5.5%나 낮아졌다는
것도 정부가 동결을 주장하는 유력한 근거를 구성하고있다.

정부의 동결에 반대하는 농민과 국회 양곡유통위원회등이 추곡가 인상을
요구하는 근거도 뚜렷하다.

물가상승을 보전해야한다는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올해 적정 수매가인상이
없다면 내년에는 농업포기가 더욱 늘고 결국 쌀의 자급체계가 붕괴된다는
것이 추곡가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다.

정치논리를 배제하더라도 이주장 역시 나름대로 객관적인 설득력은
갖고있다.

실제 올해 쌀재배면적은 3.2%나 크게 줄어들어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의
부정적 효과가 이미 구체적 위협으로 와닿아있는 상태다.

만일 국회논의 과정에서 추곡가 인상이 결정된다면 정부로서는 "우회
하는 길"밖엔 현재로서는 별다른 수단이 없다.

우회방법으로는 정부의 직접수매를 줄이는대신 농협이나 미곡종합처리장
을 통한 간접수매를 늘리는 방법이 거론되고있다.

물론 농협을 통한 추곡수매도 UR협정상 정부보조금으로 간주되기때문에
운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농협을 통한 차액 수매는 시세와 수매가의 차액만을 정부가 보전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수매 1단위를 줄이는데 대응해 4단위이상을
동일한 예산으로 소화해 낼수 있는 장점을 갖고있다.

문제는 이경우 농협이 과연 충분한 수매자금을 확보하고있느냐는 것
이지만 첫해인 올해 2-3%정도 추가물량을 소화할수있는 정도에 그쳐
내년이후에는 이역시 믿을 바가 없다는 결론이 이미 나와있다.

미곡종합처리장을 통한 수매는 UR협정상 보조금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운용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

정부는 미곡종합처리장의 쌀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해 1천억원의 자금을
조성해 원료곡 매입자금으로 지원한다는 복안을 국회와 농민들에게
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이 우리나라 국내쌀시장 구조의 개편을 강요하는
고통의 과정이 이제 막이 오른 셈이다.

정부는 이달말까지 정부안을 확정해 내달초 국회에 제출한다는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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