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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와 달리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
제강업이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박슬라브공법의 실용화를 계기로 판재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이룩한데다 환경보호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규제와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잇점이 전기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기 때문인데 국내에서도 전기로제강
의 위상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이다.

(1)철강산업내에서의 전기로제강의 위상 (2)국내 전기로제강업의 현황
(3)경쟁력강화방안 (4)원자재인 고철의 국내수급현황 등을 밀도있게 분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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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을 녹인 쇳물로 핫코일을 뽑아내는 소위 "박슬라브(Thin Slab)" 공법의
실용화를 계기로 전기로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고로업체들의 고유영역으로만 여겨졌던 핫코일등 판재류시장에 속속 진출,
고로의 아성에 도전하는가 하면 설비도 빠르게 확장, 철강산업내에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세계철강협회(IISI)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조강생산에서 차지하는
전기로의 비중은 지난91년의 27.7%에 그쳤으나 2000년에는 30%선을 넘어
31.8%에 달할 전망이다.

구사회주의 국가들을 제외할 경우엔 그비율이 36~37%에 이를 것으로 IISI는
예측했다.

미국의 미드렉스사는 더나아가 전기로의 비중이 2000년에는 40.5%로 4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슬라브공법의 상용화로 판재류시장 진출의 길이 열린데다 대기오염방지를
위한 이산화탄소배출규제로 고로의 신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전기로업체들이 철근 형강등 조강류생산에서 벗어나 입지를
넓히기 시작한 것은 미국 뉴코사의 크로포드스빌 박슬라브공장이 준공된
지난89년6월부터.

세계최초의 박슬라브공장인 이공장이 완공돼 고철을 녹인 쇳물로 핫코일을
뽑아내기 시작함으로써 전기로는 철강산업의 구조를 바꿔 놓으며 제2의
성장기를 맞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해도 핫코일은 고로업체들의 전유물이었다.

철광석을 녹여만든 순철이 아니면 핫코일을 제조하는게 기술적으로 불가능
했다.

따라서 전기로업체들은 고로의 영역을 넘보지 못하고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철근이나 형강같은 조강류생산에 전념, 자연스럽게 "고로는 판재류, 전기로
는 조강류"라는 식의 영역이 설정됐다.

크로포드스빌 박슬라브공장의 가동으로 이같은 전통적 영역구분이 무너져
철강산업이 "전기로의 부상"이라는 일대 전환기에 들어선 것이다.

뉴코사의 박슬라브공장을 계기로 전기로업체들은 잇달아 판재류에 진출
한다.

이탈리아의 아르베디사가 92년1월 기존의 교류전기로를 이용하는 연산
50만t의 핫코일제조설비를 건설, 유럽의 전기로업체로서는 처음으로 핫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에서는 최대의 전기로업체인 동경제철이 92년4월 DC(직류)전기로를
이용한 연산 1백20만t의 핫코일 생산체제를 구축, 신일철등 고로업체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뉴코사도 히크만 박슬라브공장을 추가로 건설, 핫코일 생산규모를 연산
80만t에서 2백만t으로 늘렸다.

특히 선두주자인 뉴코사는 핫코일에 이어 후공정 제품인 냉연코일과
아연도금강판까지 생산, 종합철강업체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지금도 미국의 제네바스틸, 캐나다의 다파스코스틸, 멕시코의 힐사,
터키의 쿠쿠로바등이 박슬라브공장을 건설중이며 말레이시아의 ASM과 대만의
엽련등도 설비도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보철강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이다.

일본철강연맹은 2000년까지는 세계적으로 10개에서 20개의 박슬라브설비가
건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로업체들의 잇단 판재류시장진출은 전기로의 위상제고와 함께 필연적인
결과로 고로업체들과의 경쟁을 유발했다.

아직은 박슬라브공법에 의한 핫코일 생산이 초기단계이고 고철을 철원으로
쓰는 만큼 쇳물의 순도가 떨어져 품질에서는 고로에 맞설수 없으나 전기로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판재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철강전문연구기관인 WSD의 분석에 따르면 업체들의 지난
92년 뉴코사 크로포드스빌공장의 핫코일 제조원가는 t당 2백11달러로
고로사들의 2백68~2백98달러에 비해 훨씬 낮다.

지난4월 신일철등 고로사들이 동경제철과의 가격경쟁에서 커다란 타격을
받은 것도 결국은 이처럼 원가에서 전기로를 따라갈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로업체들은 철근 형강등 기존의 조강류시장 뿐만아니라 판재류
에서도 저급품시장은 거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WSD는 작년6월 발표한 한 연구보고서에서 92년 기준으로 미국의 판재류
시장규모는 총5천8백만t이며 이중 2천3백만t은 미니밀(전기로)이 접근가능한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핫코일과 중후판의 상당부분과 냉연및 아연도강판의 일부를 미니밀이
장악할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철강전문가인 바네트씨는 더나아가 2000년대초 미국에서의 미니밀
시장점유율을 조강류 1백%, 핫코일 40%, 냉연강판 20%, 아연도강판 15%
등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달리 일본이나 한국처럼 고로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강한 나라에서
는 전기로업체들의 시장점유율확대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일본의 경우에는 전기로의 H형강부분 확대에 대해서까지 고로업체들이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전기로업체들이 핫코일시장의 20%이상을 장악하기
힘들 것으로 현지업계는 보고 있다.

전기로로 핫코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고철이 확보돼야 하며 현재의
기술로는 냉연 아연도강판등 후공정제품 생산에 쓰이는 고급품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전기로가 안고 있는 한계이다.

그러나 전기로는 생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다품종 소량주문, 납기단축등
의 소비구조변화에 비탄력적인 고로에 비해 조업의 탄력성이 높다.

게다가 t당 건설비가 고로의 절반에 불과, 일관제철이 발달하지 못하고
막대한 투자비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아나 중동의 개도국들은
판재류생산을 위해서도 전기로를 늘릴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철대체재를 개발, 양질의 철원부족을 해소하고 고급 핫코일을
제조할수 있는 기술개발이 뒷받침되면 전기로는 장차 고로의 영역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