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은 지난 18일 그동안 벌여온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사업실적을
요약한 보고서를 펴냈다.

전경련안에 설치된지 만1년이 된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52건의 대정부건의와 37건의 행사개최,22건의 조사연구보고서발간
등의 사업을 벌였다.

이같이 활발한 사업을 통해 거둔 성과가 적지않은데 그중 몇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사용했다는 점을
꼽을수 있다.

사실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이 객관적으로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못하며
미하버드대학의 포터교수등 대표적인 주창자들의 견해도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이라는 개념을 우리경제의 현실을 파악
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데 이용했으며 많은 논의를 거치면서 개념정리
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둘째로 국가경쟁력의 강화없이는 우리경제가 선진경제로 발돋움할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점을 들수 있다.

과거에 비해 임금과 땅값이 많이 올랐고 자본시장개방등 경제환경이
크게 바뀐 지금 예전처럼 양적인 성장만으로는 문제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국가경쟁력강화라는 질적인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위기의식을
일깨워준 것이다.

셋째로 우리경제의 실상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국제경영연구원은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조사대상 41개국중
24위라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으나 전경련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보다 더낮은 29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넷째로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약한 원인들을 다각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89년이후 임금상승률이 연평균 8.2%로 같은 기간중 싱가포르
의 6.4% 대만의 3.6%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금융낙후로 고금리및 자금압박에 따른 부담이 지금도 경쟁국들에
비해 여전히 큰 실정이다.

땅값이 비싸 공장건설이 어렵고 사회간접자본낙후로 유통비용부담이
무거운 점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지나친 행정규제가 기업활동의
의욕을 꺾고 능률을 낮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국가경쟁력을 해치는 원인들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짐에 따라
앞으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대응방안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이제까지의 분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과제를 해결해야할 단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논의나 분석 못지 않게 실천하는 일이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대응방안 마련에 있어서도 총론적이고 원칙적인 논의보다
부문별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어렵다.

그 까닭은 국민경제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면서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르며 때로는 대립되기 조차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경우 우리는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가라는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때 국가경쟁력강화의 지름길은 시장자율원리의
회복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다.

따라서 시장자율을 해치는 정부규제,독과점등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

시장자율의 전제조건인 수요와 공급의 월활한 조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생산능력을 확충하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경쟁촉진,생산능력확충,생산성향상등 시장자율경제로 가는데 있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공통적인 과제가 정부규제를 최소화하고 정부부문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할수 있다.

그만큼 정부규제는 우리경제의 구석구석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동안 정부규제완화를 추진한다고 떠들었지만 성과는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는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
가 지난1년간 규제완화를 건의한 799개항목중 반영된 것은 127개 항목에
불과했다.

그나마 정부규제가 완화된 것도 내용을 보면 대부분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규제범위를 축소한 것이 대부분이며 규제제도자체를
변경하거나 철폐한 것은 거의 없다고 할수 있다.

획기적으로 정부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와 소비자의 역할및 입장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정부는 외부효과와 시장실패가 두드러진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하며 규제
가 불가피할 때에도 가능하면 직접적인 행정규제보다 조세 보조금등을
통한 간접규제에 의존해야 한다.

기업도 품질향상,기술개발등을 통해 자생력을 강화하고 걸핏하면 정부
보호에 의존하려는 타성을 하루빨리 벗어야겠다.

근로자와 소비자도 생산성향상과 합리적인 소비행위로 시장자율확립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전경련은 오는 11월초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민간경제계의 정책제안서"
를 정부에 공식제출할 때 이상과 같은 점에 유의하여 행사와 구호에
그치지 않고 내실있는 정책수립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