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다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최근 잇달아 96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소형차의 판매가격을 현행보다 최대 30%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방법은 부품을 공용화하고 부품수와 종류를 30%씩 줄여 생산코스트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소형차 네온을 개발하면서 사용했던 생산방법
이다.

크라이슬러의 네온이 일본소형차보다 2천~3천달러 싼 가격으로 미국소형차
시장을 휩쓸자 일본메이커들이 재빨리 크라이슬러의 생산방법을 받아들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80년대중반 미국기업들이 일본기업의 생산및 경영방식을 도입하려고 열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거꾸로 일본기업들이 미국기업을 따라가는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기업들의 경쟁력이 일본을 제치고 다시 세계 제1위를 재탈환하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수 있다.

미국의 경쟁력이 세계최고로 다시 올라섰다는 것은 최근 스위스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경영개발연구소(IMD)와 세계경제포럼이 함께 작성, 발표한
"94 세계경쟁력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보고서에서 미국은 지난 85년이래 9년만에 처음으로 세계경쟁력 제1위의
자리로 복귀했다.

국내경제력 국제화 금융등 주요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으며 과학기술
에서는 2위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다른 경쟁국들보다 가장 먼저 경제회복을 이룩한 미국 경제의
역동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곁들였다.

그동안 연속 8년간 세계경쟁력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이 이번에 싱가포르에도
밀려 3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이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제일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전
미국의 투자관리회사인 모건 스탠리 캐피탈사가 실시한 미 일 유럽의 주요
산업 분석에서도 나타난다.

19개주요산업을 대상으로 지난 87년부터 92년까지 미국 일본 유럽기업들의
매출액과 순익(해외자회사포함)을 합산한 결과 미국기업들이 전체매출의
37.4%, 순익의 47.7%를 차지, 경쟁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매출의 31.5%, 순익의 15.5%를, 유럽기업들은 매출의 31.1%, 순익의
36.8%를 각각 차지했다.

미국은 철강.금속 가정생활용품 기계등 일부산업에서 일본이나 유럽에
뒤졌으나 미래의 유망산업분야인 우주항공 에너지설비 전자부품및 설비
소프트웨어 의료.보건분야등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미기업들의 경쟁력이 이처럼 회복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현상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수출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

지난 85년이래 미국의 수출은 연평균 9%증가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일본은 6.6%, 독일은 4.2%에 머물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대 중반만해도 10%로 전후
최저수준을 보였으나 이제는 14%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80년대중반 15%에 달했던 독일이 10%로 떨어지고 10~11%였던 일본이
8~9%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91년을 기점으로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 독일에서 미국으로 전환된
이래 양국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제1의 경쟁력을 다시 탈환한데는 노동생산성향상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한 것이 가장 커다란 기여를 한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물론 기업들의 뼈를 깎는 경영혁신노력과 과감한 시설투자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미국근로자 한사람이 1년에 생산하는 양은 90년 달러가치로 따져 4만9천
6백달러.

독일에 비해서는 5천달러, 일본근로자들 보다는 1만달러를 더 많이 생산
하고 있다.

경영컨설팅사인 매킨지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생산성을 1백으로 기준
할때 일본은 83, 독일은 79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경쟁국보다 높은데 비해 노동비용은 그동안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달러화를 기준으로한 단위당 노동비용은 지난 83~93년중 미국이 11.6%
오른데 비해 일본은 1백36.3%, 독일은 1백9.8%, 프랑스는 64.8%나 올랐다.

노동생산성증가율을 봐도 미국은 단연 경쟁국보다 앞서고 있다.

지난 3년간 미국의 연평균 노동생산성증가율은 2.5%로 지난 70~90년대
연평균증가율의 2배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비스산업에 있어서는 미국의 우위가 더 확실히 나타난다.

유통업의 경우 생산성이 일본의 2배로 나타나고 있고 통신산업에서는
독일의 2배에 이르고 있다.

80년대 중반이후 기업들의 대량감원을 동원한 경영혁신노력과 공장자동화및
사무자동화에 대한 막대한 시설투자가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시설투자중 특히 컴퓨터투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근로자 1백명당 퍼스널컴퓨터는 미국이 34.5대인데 비해 독일은 14.6대,
일본은 9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근로자들이 일본근로자보다 4배가량 퍼스널컴퓨터를 더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이 세계제일로 뛰어오른데는 미국의 저금리정책도 무시할수
없다.

미국기업들의 자본조달비용은 60년대이래 가장 낮은 장기금리수준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90년말의 5.6%에서 지난해에는 3.5%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따라 미기업의 캐시플로(현금흐름)대비 이자지출 비율은 89년에 3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0%로 떨어졌다.

미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시설투자여력이 일본이나 독일기업들
보다는 커진 것이다.

미국의 경쟁력은 특히 첨단산업분야에서 경쟁국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 강점이다.

식품가공 자동차 기계설비 반도체 소프트웨어 컴퓨터 우주항공 금융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것이 21세기를 이끌어갈 경제리더는 미국이라는 자신감을 미국인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