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했다" 지난 89년초 처음 중국 만주땅을 본순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장덕진 대륙연구소회장(60)의 이땅에 대한 5년여에 걸친 애정이
이제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7월5일 중국 흑룡강성 1억평이 넘는 삼강평원에 대규모농장을 건설
하는 대역사가 시작된 이래 트랙터의 굉음이 그 거친 벌판에 매일 쉴새
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10월 삼강평원의 체감온도는 무척이나 낮다. 평원에 불어오는 바람은
때론 살을 에이는듯 하다.

이 추운 날씨에도 거대한 만주땅 삼강평원의 모습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손으로 3년에 걸쳐 1억1천4백만평의 황무지에 배수로
시설등을 해 농업용지로 개발하는 대규모 개간사업이 한창이다.

삼강평원은 흑룡강 우수리강 송화강등 세강에 둘러싸인 지역으로 사방
10km를 달려도 고도차이는 1.6km에 불과할 정도의 평원. 이곳은 앞으로
안중근 기념농장으로 불린다.

대륙연구소가 이사업을 위해 설립한 (주)대륙종합개발과 중국측의
흑룡강성 농업개발건설총공사가 절반씩 투자해 만든 흑룡강성
삼강평원농업개발유한공사(이사장 장덕진)가 건설할 이 농장은
총2백28억원의 개발비로 오는 96년 완공된다.

합작기간은 최근 70년으로 중국측과 합의했으나 1차연장할수 있어
1백40년에 걸친 공동경영이 가능하다.

농장의 총면적은 여의도의 1백30배크기인 1억여평.이농장이 완공되면
연간 7만t의 콩과 13만t의 밀을 생산하게 된다.

이중 일부는 중국등지에 판매하고 절반가량은 한국에 역수출할 계획이다.

올해 우선 4천만평을 개간,내년에 첫 수확할 콩과 밀을 대연및 혼춘을
거쳐 해로를 통해 국내에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경우 한국으로 곡물을 수송하는데 1주일이면 가능해 보름이상 걸리는
미국산곡물수입보다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대륙개발측은 삼강평원 개발과 관련,<>개발비가 평당 1백67원으로 국내
보다 현저하게 싸고<>국내에 비해 인건비가 훨씬 저렴해 곡물생산비를
최소화할수 있으며<>각각 87%와 99%의 수입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콩과
밀을 중국에서 직접생산,수입함으로써 비상시 식량확보에 기여할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륙연구소의 원호식이사는 "북한철도를 이용할수 있다면 이곳에서
생산된 곡물을 24시간내에 한국으로 수송할수 있다"면서 "1,2년 사이에
남북한간 논스톱철도운행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대륙개발측은 오는 96년까지 농장에 배수 관개 도로 교량 통신
전기시설과 콤바인 트랙터 트레일러등 각종 영농장비는 물론 헬기와
비행장까지 갖출 예정이다.

나아가 농장개발사업을 마치는대로 농장내에 사료공장 제분공장
축산품가공공장 유가공공장등을 세워 소득원의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사업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순익만도 매년 5백52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장인력은 총1천명을 현지채용키로 하고 그중 절반인 5백명은
조선족동포들을 고용키로 중국측과 협약을 마친 상태다.

삼강평원을 관할하는 부금시(인구42만명)엔 5천명 가량의 조선족 동포가
살고 있어 우리의 경영방식과 사고의 틀을 이해,쉽게 적응할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삼강평원농장은 중국내에서 새로운 경제.공업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3성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앞으로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만주땅을 일구면서 농업의 자급자족을 향한 우리의 대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