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이 끝난지 4년이 채 안된 요즈음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국경지대에
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이라크의 최정예부대인 공화국수비대를 포함한 2개 사단병력이
쿠웨이트 접경지역으로 이동하고 이에 맞서 미국이 항공모함 1척을
급파하는 한편 유엔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쿠웨이트정부는 예비군동원령을 내리고
전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했으며 런던 석유시장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가격이 한때 배럴당 17.32달러까지 오르는등 국제
유가가 큰 동요를 보였다.

관심의 초점은 이라크의 대규모 병력이동 목적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지금으로서 가장 유력한 관측은 이라크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등
유엔의 경제제재에 항의하기 위한 군사시위라는 분석이다.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라크의 아지즈 부총리가 이번의 긴장사태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연장하려는 미국의 음모라고 비난하고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함으로써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국내의 군사반란을
진압한뒤 자신의 건재를 국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돌발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한달정도 남겨놓고
있고,아이티에 미군이 진주해 있으며,북한핵협상을 계속하는등 안팎으로
복잡한 사정이 있어 과거처럼 즉각적인 군사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듯 하다.

마지막으로 일부에서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재침공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며 예측불가능한 이라크의 도발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걸프전이후 이라크의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으며 석유금수
등으로 경제난이 심각하고 시아파와 쿠르드족의 저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침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사 재침공한다 해도 미국은 이 지역에 1만2,000여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다수의 전폭기와 군함을 배치해두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점령사태를 빚을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긴장이 높아지면 최근 세계경제의 경기회복으로
가뜩이나 원유수급이 빡빡한 판에 자칫하면 원유가격의 폭등을 불러올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원유비축량을 늘리는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