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수 <한신경제연 대표이사>

금년 여름은 유난히 길고도 무더웠다. 그리고 9월들어 절기보다 이른
가을이 본격적인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시대를 몰고왔다.

새삼스러운 일도,전혀 예상못했던 기록도 아니다.

유례가 드문 호황,풍부한 유동성,주식투자에 유리해진 세제개편,외국인
주식투자 한도확대,거기에다 국내기업의 뉴욕증시 상장일정표마저 가세
하고서도 주가급등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상최고의 지수상승에도 불구하고 체감지수는 그 절반수준에
머물러있고 주가차별화 양극화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가하면 우선주의
급락등 증시의 명목성장 뒤안에 도사리고 있는 이상변화 때문에
모두의 잔치로서 축배를 들기가 주저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종합주가지수와 체감지수,주가상승주와 하락주,보통주
와 우선주등 우리증시에서 최근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2중구조 문제에
대해서 살펴 보고자 한다.

첫째 종합주가지수와 체감지수와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지수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기준설정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종합주가지수는 상장사 전체의 싯가를 기준으로
삼고 있고 전산업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다우지수나 닛케이지수와
다르다.

대형우량주의 대명사인 블루칩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포철 현대자동차
한전 금성사등 5개사의 싯가합계가 전체상장사 싯가총액의 30%나 된다.

자본금이 3조원이나 되는 거인 한전의 싯가만도 15%에 달하고 있으니
주가지수가 극히 한정된 이들 종목의 등락에 좌우될수 밖에 없다.

일반 소액투자자,이를테면 개미군단이 장을 주도했던 89년 당시의
거래량 상위 20사만을 기준으로 볼때 5년5개월이 지나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대에 재진입한 것과는 동떨어진 557포인트에 머물러
있다는 시산이 나왔다.

종합지수는 연초보다 14%상승한데 비해 전종목의 8할 상당이 이보다
낮은 상승률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주가의 2중구조를 빗대어 "파안대소 대성통곡"이라는
비유가 나왔다.

소비자물가와 장바구니물가의 경우처럼 주가지수와 체감지수를 일치
시키는 일은 통계편제의 기술상 불가능하다.

그렇기는 해도 증시의 구조적 변화를 누구나가 실감할수 있고 이해하기
쉬운 몇가지 보조지표의 개발은 있어야할 것이다.

둘째 주가의 차별화 양극화현상이 뚜렷하다.

하긴 주가만이 아니라 경기도 양극화현상이 역력하다.

조선 자동차 철강 전자 반도체 기계등 경기주도업종의 주가가 높은
상승세를 타는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제조업중 전기 기계주가 연초대비 49%나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때
트로이카종목으로 인기를 모았던 비제조업의 증권주는 27%나 빠졌다.

금성사가 43%오른데 반해 금성전선은 28%하락함으로써 주력과 비주력
주간에도 등락이 엇갈리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증시개방과 기관투자가시대의 산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개방으로 증시에 들어온 외국자금은 90억달러(순유입액 기준),
우리돈으로 7조원이 넘는다.

그들의 종목선택기준은 철저한 내재가치를 중심으로하는 기본적 분석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저PER주,고EPS주를 선호한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미래산업(이동통신등)이나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과
업종대표주를 사냥하는 것은 안정성추구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증시개방초기에 아디서나 볼수있는 공통현상의 하나이고 이로인해
증시의 패션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커지면서 한층 심화추세에 있다.
92년에 14.5%에 지나지 않았던 기관의 비중이 어느새 30%로 배증되었다.

결영자율화 책임경영제가 정착되면서 은행을 비롯한 각기관이 자산운용의
효율화를 도모하게되고 수익성을 좇아 주식투자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화와 기관투자가 시대가 증시에 변화를 몰고오면서 새로운 패션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투자자들은 이에 대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때이다.

셋째 우선주 파동의 교훈이다.

연초까지만해도 보통주와의 가격괴리가 12%에 지나지 않았던 우선주가
8월들어 금락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37%까지 확대되는 파동이 발행했다.

우선주가 보통주의 63%선 가격대로 폭락한 셈이다.

우선주의 발행규모는 3억8천만주(상장사총수의 6%),6조2천7백억원(싯가
총액의 4.5%)으로 아직 위험수위에 있다고는 할수 없다.

다만 우선주의 40%가 증권주에 몰려있고 증권주는 일반의 소액투자자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다 상승장에서 소외되어 손해를 보고 있다는점이
문제이다.

더구나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해외CB를 발행하면서 우선주로의 주식전환을
조건으로 달고 있기때문에 우선주 폭락의 파장을 그냥 보아넘길수
없는것이다.

우선주란 의결권이 없는 대신 이름 그대로 보통주에 우선하는 특정의
권리가 보장되는 주식이다.

이런 부담때문에 외국에서는 기업 스스로 발행을 자제하게되고 투자자는
주식과 같은 위험을 피하면서 채권보다는 메리트가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매입하는게 상례이다.

우리는 상법이 정한 한도(자본금의 25%)까지 발행을 허용케하면서도
액면기준의 이익배당에서 1%만큼 더 얹어주는 "형식적인 우대권"에
머물러 우선주 폭락의 여진이 잠복되어 있다가 증시구조의 여건변동
으로 현재화된 셈이다.

저평가된 토지나 투자자산을 보유한 자산주의 부상,데이콤주에서 보는
바와같은 지분경쟁에서 오는 주가등락현상,97년부터 일반상장법인의
주식소유제한조치의 원칙적인 폐지,그리고 기업매수합병(M&A)에
대한 위협등이 급락의 직접적 배경일 것이다.

차제에 우선주에 대한 성격규정은 물론 법적 제도적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