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당의 과격한 하급당원 수십명이 상부의 명령도 없이 제멋대로
사가에 있는 소야조(국립은행격)의 지점을 습격하여 돈과 양곡을
약탈했다.

우두머리 쪽에서 무력봉기를 주저하고 있는 듯하자,자기네 손으로
불길을 댕기기 위해서였다.

그 소식을 듣자,에도는 약간 당황하면서도 두눈의 핏발이 다시
근질근질하게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리없지.도리없이 일어서야지.설마 우리가 일어서면 사이고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그러면 도사의 하야시도 일어나고,조슈 쪽에서도 움직일 것이며, 차츰
전국의 불만 사족들이 다 들고 일어날 거야.

좋아, 잘했어.아랫것들이 역시 용감해. 그렇게 그 녀석들이 겁없이
먼저 일을 저지르지 않으면 좀처럼 무력봉기를 할수가 없다구"

명령도 없었는데 저희 멋대로 소야조의 지점을 습격한 우국당의
과격분자들을 에도는 오히려 혼자서 칭찬했다.

그리고 곧 시마와 만났다.

시마는 자기 부하가 예기치 않은 일을 터뜨린데 대해 책임을 느끼며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리 당의 망나니들이 자기 멋대로 일을 저질러
버렸군요. 이 일을 어쩌면 좋죠?"

"어쩌긴요. 오히려 잘 됐지 뭐요. 어차피 무력봉기를 할거니까.
그 시기를 그들이 앞당긴것 뿐 아니오.허허허."

하야시는 핏발이 선 눈으로 여유있게 웃었다.

그러자 시마도 굳어졌던 얼굴을 활짝 펴며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습니까? 나는 에도 도노께서 나가사키에 갔다 오신 뒤로
퍽 신중해진것 같아서 이 일을 낭패로 여기실줄 알았는데."

"기왕에 일어설 것 자, 봉기하자구요. 우리가 제2 유신의 막을 올리는
거요. 그러면 모두가 뒤따를테니까"

"좋습니다" 시마는 흔쾌히 동의를 했다.

그리고 우국당을 정한당에 합쳐서 에도가 이끌어 나가기를 제의했다.

그래야 봉기해서 싸워나가는데 유리하다는 이유였다.

지휘권의 일원화이고,자기의 지위가 한층 높아지는 셈이니 에도로서는
마다할게 없었다.

두 당이 하나로 합친 다음 에도의 지휘하에 마침내 제2의 유신을
목표로 현정권을 타도하려는 무력봉기는 감행되었다.

이천오백명의 병력이 꼭두새벽을 기하여 사가성을 기습 공격했는데,
"살판"났다고 죽을판 살판 모르고 덤비는 불만에 가득찬 반란사족들을
현청의 수비대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징병제의 실시로 마음에도 없는 병사가 된 사람이 대부분인 수비대는
제대로 성을 방어해볼 생각도 없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성은 쉽사리 함락되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