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동 기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

최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성장률은 8.9%, 2.4분기 성장률은
8.1%를 기록하여 상반기(1~6월)평균성장률은 8.5%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또 94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8%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6%정도의 성장을 예상했던 정부당국으로서는 예상률을 상회하는 높
은 성장률에 상당히 고무된 듯 하다.

자본 투자도 상반기 동안 15.4%가 증가하였고 상품 수출 증가율과 제조업
성장률도 같은 기간동안 16.4%, 10.2%가 각각 증가하여 매크로적으로 본
우리경제는 분명히 청신호를 보여주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성장이 가능했던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예상을 초월하는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요인은 크게 대내적 요인
과 대외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내적 요인보다는 대외적 요인이 더
컸다고 보는게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환언하면 우리 기업의 기술 혁신이나 경양혁신과 같은 국제경쟁력 강화로
8.5% 라는 고도 성장을 올 상반기에 이룩했다기 보다는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빠른 경기회복과 엔고현상의 가속화 및 국제 석유가격의
안정이라는 3가지 요소가 우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볼수 있다. 하기야 국내적 요인으로 전년 2.4분기보다 7.6%나 더 증대된
민간소비지출을 들 수 있겠으나 더 큰 요인은 역시 대외적 요인으로 보는게
타탕하다고 생각된다.

미국은 올해들어 90년이후 계속된 경기 침체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여
주요 기업의 경영 혁신과 사업구조 조정으로 생산성이 현저히 향상되어
상반기 중 3.5%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유럽연합(EU)도 금리인하와 각종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여
수년간 계속되던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여 평균 2.3%
이상의 성장률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일본도 계속되는 엔고와 1년사이에 세사람의 총리교체라는 정치 불안에도
불구하고 작년까지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기 시작, 올해엔 3%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6~8%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신 신흥공업국가'' 들인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도 7~8%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상술한 주요 국가들의 빠른 경기회복은 한국으로 부터의 수입수요증대를
유발하여 올해 상반기중 12.7%라는 높은 수출증가율을 나타내었다.

특히 일본 엔고의 가속화는 지난 6월21일 달러당 100엔의 마지노선이
붕괴되면서 해외시장에서 한국의 선박 자동차 전자전기제품 반도체 등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한국 수출증대의 견인차역할을 담당토록 하였다.

올해 우리나라의 상반기 총 수입액중 87%가 자본재 시설 기자재 원자재
였고 총 수출중 중화학제품이 68%를 차지하여 우리의 상품구조가 경공업
제품에서 중화학제품이나 첨단제품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물론 미국의 81% 일본의 87%에 비하면 우리나라 중화학제품의 수출
비중은 아직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통계만으로 우리 경제가 다시 고도 성장기에 재진입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첫째 물가불안이 심상치 않다. 물가상승률이 연간
억제목표선인 6%를 초과하였는데 국민이 느끼는 피부감각상의 물가상승률
은 10%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둘째 경제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수출업은 비교적
호황국면을 맞고 있으나 많은 중소기업들은 자금난과 판매부진으로 부도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7월 한달동안 도산업체 수는 922개
사나 되고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동안 부도를 낸 기업체수는 모두
5,865개에 달하여 사상 최고의 부도 기업체 수를 나타내었다.

셋째 수출증가율보다 수입증가율이 더 높아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인데도
원화의 환율은 800원대를 넘어서서 790원대로 절상행진이 계속될 전망이고
시중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른바 신3고가 우리 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다.

이러한 불길한 조짐은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비실물경제,
특히 증권시장쪽으로 몰리고 있는데서도 나타난다. 우리 경제의 명암이
너무도 선명하게 나타나는 경제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최고 정책결정 당국은 80년대 중반 무역흑자가
연간 100억달러씩 연속적으로 나타나자 무역수지 흑자기반이 정착되었다고
오판한 나머지 수출을 줄이고 수입을 늘리는 정책으로 선회했다가 낭패를
당했던 쓰라린 경험을 교훈삼아 또다시 이런 과오를 범해서는 안될 것
이다.

기업들도 정부의 지도나 지원을 기대하는 정부의존형 경영타성에서 벗어
나 자율경영을 통한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정부도 불필요한 간섭과 규제를 과감히 지양
하여 업계의 자율적인 경쟁에 맡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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