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 < 상공자원부 섬유화학공업국장 >

나는 패션쇼장에 나타난 최초의 섬유국장이란 사실을 조그만 자랑으로
생각한다.

내가 패션쇼장에 나타나는 것은 물론 팔등신미인의 고양이 걸음을 바라보는
것이 과이 싫지않는 점도 있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는 아니다.

나는 남들이 "섬유산업"이 별볼일 없다고 생각할때 섬유국장을 맡았다.

이제 나는 섬유산업이 별볼일 있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그러자면 섬유에서 고부가가치가 창출될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5대 섬유 고부가가치치전략분야를 선정했다.

패션을 첫째로 하고 신섬유, 염색, 텍스타일디자인, 유행색을 골랐다.

싸구려 한국산 봉제품이 한벌에 5만원에 팔릴때 입생로랑 패션제품은
50만원에 팔린다.

다이아나 왕비가 즐겨 입는다는 로라 애슈리는 별거라서 우리것보다
열배씩 받는가.

봉제기능공의 봉급 10%를 덜 올려주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임투를 할
것인가.

아니면 패션을 고급화해서 옷값을 두배로 받고 봉급도 올려 주는 쪽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신바람나게 어깨동무를 할 것인가.

나는 영국상무관 근무시절 영국 상공부로부터 로열 에스코트 경마대회에
초청을 받았다.

이대회는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임석하는 권위있는 경마대회인데, 특이한
점은 남자는 실크 에트에 이브닝 드레스를 입어야하고 여자는 꼭 모자를
써야하며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옷자랑을 마음껏하는 기회로 유명하다.

이 행사를 영국의 섬유산업연합회가 협찬하고 영국 상공부가 후원하는
것은 이행사에 입고나온 여성패션 경향으로부터 다음해의 유행패션과
유행색을 찾아내며 무엇보다 패션의류의 수요창출에 지대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패션에 대한 인식 제일감은 "패션, 그거 사치품이니까 때려
잡아야지"가 그동안의 주류가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지난봄 SFA패션쇼, 이영희 한복 발표전, 신원 에벤에셀 패션 콘테스트,
앙스모드 패션전에 격려차 임석하여 내가 느낀 것은, 인산인해를 이룬
방청석의 열기앞에 패션산업의 미래가 무척 밝다는 것이다.

섬유산업은 한국경제의 "어머니 산업"이다.

오늘날 우리의 빵과 일자리, 달러와 기술이 섬유산업에서 비롯되었고
지금도 12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알짜 효자산업"임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나는 한국의 섬유산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하여 2000년대
한국섬유산업 중흥을 위한 시책"(일명 섬유 르네상스정책)의 작성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장인의 손길에 예술가의 숨결을 가미하여 기필코 한국의 섬유산업이
새로이 꽃피게 해 볼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패션산업이 먼저 안타를 치고 나가야만 한다.

한벌의 패션의류가 팔리면 연쇄적으로 고급직물의 수요가 일어나고
이어서 방적계->톱->스태플파이버->폴리에스테르레진->에틸렌 글리콜->산화
에틸렌->에틸렌->나프타분해->나프타분해공장 기계발주로 이어져 섬유 화학
기계공업 발전의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섬유국장이 패션산업을 위해 해야할 중요한 일중의 하나는 패션산업이
섬유 고부가가치화의 일등공신이며, 섬유류의 수요를 리드해가는 "섬유산업
의 꽃"이라는 사실을 각계에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 의지의 표시로 최진실양을 모델로 한 패션사진을 내 사무실에
걸어놓고, 신문기자가 찾아올 때마다 패션을 화제에 올린다.

올해는 제1회 대한민국 패션대전이 11월에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열린다.

패션모델의 부드러운 걸음걸이가 국력신장의 "도"임을 보여줄 때다.

내년 섬유센터내에 패션센터가 건립되면 국민다수가 편안하게 패션을
접하게 될 것이다.

내년 패션대전에는 대통령 내외분을 꼭 초청할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