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대통령의 대아이티 최후통첩이 15일 오전 마침내 발표됐다.

아이티 근해에서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다국적군에 아메리카호등
2척의 항공모함을 파견한 직후에 이은 미국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최후통첩의 요구대로 아이티의 세드라군사정권이 퇴진않는다면 카리브의
이 작은 섬은 일순 불바다가 될 전망이다.

군사작전의 개시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이는 지난달 내내 계속됐던
쿠바난민유출사태에 뒤이은 제2라운드의 카리브해 위기가 시작됐음을
뜻한다.

미군을 주축으로한 이번 17개 다국적군의 대아이티 군사행동은 지난 7월말
채택됐던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한다.

안보리의 결정은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이며 여기엔 군사적
제재를 통해서라도 아이티의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미국의 결연한 뜻이
담겨져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초부터 아이티의 민주주의실현을 약속했으며 이같은
민주화실현을 위한 미국의 노력은 아이티나 여타의 중남미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수호자이다.

따라서 미국이 취하고 있는 아이티의 민주화실현 노력에 반론을 내걸수는
없다.

아이티사태는 지난 88년2월 29년간 계속된 듀발리에 독재정권이 붕괴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이후 일련의 쿠데타끝에 90년12월 실시된 민주화선거에서 해방신학자
아리스티드후보가 당선되어 민주화의 첫걸음이 시작되는듯 했으나 이듬해
9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로부터 아이티의 민주화복귀를 둘러싼 마찰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이티의 민주화실현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이해는 할수 있다.

그러나 약소국인 타국의 민주화실현을 위해 과연 군사적 행동에까지 나서야
하는가엔 이론과 의문의 여지가 많다.

민주화실현에는 민주적인 절차가 중요하다.

아무리 목적이 훌륭해도 과정과 수단이 불합리한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목적과 수단이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군사적위기에 미국민과 세계는 불안한 심정으로 침공준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티의 병력은 총9,0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여기에 동원된 다국적군의 병력은 2만명이나 된다.

게다가 신예 항모등 최첨단병기를 갖추고 있다.

누가 보아도 과잉개입의 수준이다.

군사적평정은 간단할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사태는 복잡한 것이 될 것이다.

당사국 모두에 자제와 신중이 필요하다.

아이티 군사정부도 사태수습의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