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미국 대사관 과학참사관과 저녁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한국주재 대사과학참사관들의 친목회모임이 화제에
오르다가 이태리 과학참사관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마르코니의 무선전신
100주년 기념예비강연이 화제가 되었다.

1895년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마르코니는 20km 떨어진 곳에 무선으로 신호를
보내는데 성공하였고 내년이면 그 일이 일어난지 꼭 100주년이 되는 셈이다.

100년전 19세기는 기초과학에 있어서 큰획이 그려진 그런시대였다.

저 유명한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
는 시대인 17세기는 눈에 보이는 천체의 운동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현대식 교량과 건축물, 그리고 기계등의 제작을 가능케한 이론의 기초를
다진 시대였다.

그러나 19세기는 이와 판이하게 다른 기초과학이 꽃피었던 시대였다.

인류는 처음으로 전기와 자석에서 보는 자기라는 힘을 알아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힘에 의한 운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1830년대에는 페라데이라는 영국과학자에 의하여 전기를 만드는 법이
발견되어 오늘날의 발전기의 원리가 완성되었고 1873년에는 막스웰이란
과학자가 전기와 자기가 걷보기에는 다르지만 같은 실체의 다른면을 보고
있는 것이며 전파라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1873년을 전기(자기)의 기초과학이 완성된 해라고들 말하고
있다.

그 당시 10대의 소년이었던 마르코니는 새로운 기초과학에 심취되어
전파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1895년에는 드디어 그 결실을 거두게 된것이다.

뛰어난 과학자인 동시에 사업수단이 좋았던 마르코니는 그뒤 미국으로
건너가 통신장비와 전보회사를 만들어 큰 돈을 벌었다.

그당시 15세의 소년으로서 잔심부름을 하게된 러시아 이민의 아들
사르노프는 마르코니의 사업수단을 배운 덕택으로 그뒤 오늘날의 RCA
(Radio Coorperatlon of Amerocae)와 NBC란 방송산업을 이룩하고 그 주인이
된것이다.

그뒤 세상은 어떻게 변했는가.

핵에 관한 북한과 미국의 고위실무자 회담소식이 서울이나 구석진
아프리카의 흑인국에나 동시에 전파를 타고 전달되는 과학시대가 된것이다.

온갖 생활정보와 뉴스가 전파에 실려서 텔레비전을 통하여 그리고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우리들 이웃에 전달된다.

정보의 유통속도가 달라진 우리 인류사회는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급속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오늘날의 20세기 문명을 이룩하게 된것이다.

산업혁명을 유발한 기초과학인 뉴턴의 역학이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 대체
하듯 이제는 힘겨운 모든일을 전기가 하고 있다.

그많은 시민을 실어나르는 지하철로부터 자동화를 통하여 전력으로
움직이는 온갖 형태의 산업시설은 모두가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밤에는 환한 전기불을 제공하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으로 가정주부들의
노동을 대신해주고 있다.

이렇게 20세기는 전기 문명의 시대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20세기 문명은 막스웰의 "전자기"라는 기초과학으로 부터 싹트게
된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일이 공료곱게도 100년뒤인 1973년에 일어났다.

와인버그 살렘 그리고 그라샤우라는 세사람의 과학자에 의하여 전(자)기와
핵의 힘의 일부가 같은 실체의 다른면이라는 새로운 통일이론이 완성되었다.

전기와 자기를 통일한 막스웰의 전자기라는 19세기의 기초과학이 오늘날
20세기의 전기문명을 이루듯 1973년에 완성된 전약이론(Electro-weak
Theory)이란 20세기의 기초과학은 100년뒤인 2073년경에는 전기문명을
대체할 새로운 문명을 우리들 인류에게 과연 가져다 줄것인가.

미래란 그 누구도 단언할수 없다.

그렇지만 과거에 두번이나 되풀이된 우리의 역사가 조금이라도 교훈이
될수 있다면 새로운 문명이, 21세기의 낯설은 새로운 문명이 다가오리라는
감을 씻을수 없다.

그 장조는 희미하게나마 벌서 우리들 주변에서 보여지고 있다.

인류역사애래 모든 관측이나 정보의 전달은 전파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우리들은 전파를 매체로 소식을 전했고 빛이란 전파를 통하여 사물을
보아왔고 X-선이란 전파를 통화여 인체속의 뼈를 관측하여 병을 진단했다.

이 모두가 전파였으며 우리들은 전파에만 매달려 있있다.

그런데 이제는 중성미자 "파"라는 것으로 전파가 아닌 땅속 깊은 곳에서
지구반 대편의 밤의 태양은 관측할수 있다.

일류역사상 처음으로 전파가 아닌 전연 새로운 창구가 우리들 앞에
다가왔다.

이 제3외 빛은 태양의 속까지 꾀뜰어 보는 신통력을 가진 새로운 "파"인
것이다.

이 새로운 "파"를 통하여 보이지 않던 우주의 세부구조가 그리고 물질의
깊숙한 곳의 신비가 우리들 앞에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과학자만의 전유물인 이 새로운 수단이 언젠가는 우리들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예언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100년전 페라데이는 영국수상과 국회의원들 앞에서 발전기의 시범을
했었다.

그때 영국수상은 페러데이에게 "당신의 과학적 산물이 신기하고 좋아
보이지만 도대체 전기란 무엇에 쓰일거요"라고 물었다.

페러데이는 "각하! 갓난 어린아기가 어떤 인물이 될지 누가 압니까.
그렇지만 무한한 장래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한다.

지금 페러데이가 다시 되돌아 올수있다면 아마도 같은 말을 되풀이
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