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보다 월급이 많은 은행원" "연봉계약직 1호" 국민은행 박헌주씨(34)
에게 붙어다니는 수식어다.

지난 8월 1일 은행원이 된 그의 계약조건은 공공연한 "비밀". 본인과
은행측은 함구하고 있지만 올해 연봉은 7천만원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
이란게 주변의 설명이다.

이정도 연봉은 비슷한 연배인 대리급보다 3배가량 많고 5천만원대인
이규징행자보다도 높은 수준. 물론 실적에 따라 매년 재조정되고
3년단위로 계약을 다시 맺는다.

은행원 채용방식의 새장을 연 그의 타이틀은 국제부 외화증권발행인수반
팀장(과장급). 국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이나 주식연계채권등 외화증권의
인수와 판매 담당이다. 국민은행이 처음 시도하는 국제화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직급과 호봉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업무재량권을 충분히 갖고 일하면서
은행에 많은 기여를 하고 그만큼 대가를 받는게 중요하지요" 연봉계약직
은행원답게 생각도 신세대적이다.

박팀장의 요즘 화두는 "보수적인 은행의 국제화". 신세대인 만큼 목표와
전략도 분명하다. "목표"는 2년안에 국민은행을 국제금융시장에서
메이저그룹에 올려 놓는것.

"가능성요? 국제금융시장에서 2등은 필요없어요. 고객들이 1등금융기관만
찾는데 2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목표달성은 "가능성"이 아니라
"당위"라는 설명이다.

"전략"은 더욱 뚜렷하다. "봉급은 은행에서 주는게 아닙니다. 고객들이
주는 거지요. 그런만큼 항상 고객중심으로 영업을 해야 합니다. 고객과
은행이 모두 이익을 남길수 있는 "윈-윈 시츄에이션(win-win situation)"
을 만드는게 최선이지요"

구체적인 "전술"도 마련돼 있다. 조만간 "오일머니"가 "저팬머니"를
누르고 국제금융시장의 강자로 재부상할 것이란 확신에 따라 "중동지역에
관심을 많이 둘 계획"이라는 전술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한달간 전투준비를 끝내고 곧 전장에 투입될 박팀장의 탄약은 미화
3억달러선.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수익은 자본의 크기에 비례하지않는다.

시장 분석능력에 비례한다. 채권인수와 동시에 마진을 붙여 팔수 있다면
한 푼 안들이고 앉아서 차액을 남길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팔리지 않는 채권,제조업으로 치면 재고를 남기지 않는 "금융의
저스트인타임(JIT)방식"을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과제인 것이다.

"우선은 국내외의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에게 국민은행의 명함을 돌리고
신뢰감을 심어줄 생각입니다.

제가 열심히 뛰어야 국민은행이 국제금융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고
그렇게 돼야 나도 남들이 인정하는 "프로"금융인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제 은행과 저는 한 몸인 셈이지요"

이렇게 말하는 박팀장의 몸은 서울에 있지만 그의 머리는 첨단장비를
갖춘 특수정찰선처럼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을 떠돌며 관찰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