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쌀가마니에 넣어 주고 받는다" 6.25전쟁을 치르고 난 5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일이었다. 지금처럼 수표한장에 숫자만 정확하게 써
넣으면 그만인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개방의 물결이 덜 닿은 중국의 오지에서는 그와 유사한 상황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웬만한 호텔이면 크레디트 카드로 결제할수 있을
정도로 금융의 수준이 한발 앞서가고 있는 부문이 있는 반면 밑바닥
거래, 특히 지하경제에서는 "현금"거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 자유시장은 각종 약재의 집합장소였다. 그곳에서 이것 저것 사고
슬그머니 "카드로 결제할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이상한 사람도
있다"는 식으로 쳐다보는 것이었다. 얼른 카드를 집어넣은후 현금으로
지급하고 빠져 나오지 않을수 없었다.

"제가 자동차를 한대 사려고했습니다. 자동차상은 30만원(우리돈으로
약3천만원)을 "현금"으로 내라고 했습니다.

은행에서 현금을 찾으려 했지만 지금 당장 그렇게 큰돈을 준비하고 있지
않으니까 잠깐만 기다리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어떤 중국인이
40만원이라고 하면서 라면 박스 크기의 상자 2개를 들고 들어왔습니다.

비밀금고에 보관해 달라는 것이었죠. 은행원은 돈상자를 들고온 중국인과
나에게 그 상자에서 10만원을 빼고 남은 30만원원만 가져가면 나머지
필요한 서류정리는 자기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인과 나는 일단 좋다고 했으나 막상 상자를 열어보니 10원짜리
1백원짜리가 가득 섞여있는 것이었습니다.

돈을 세는데만 몇시간이 걸리겠더군요. 정확히 셀 자신도 없었습니다.
설혹 정확히 세어서 30만원이라며 자동차상에 건네 준다하더라도,그가
그돈을 다시 세어볼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자동차상에 전화를 걸어 여차여차해서 이렇게 되었으니
은행에 와서 돈을 확인하고 가져가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즉시 달려온 자동차상은 은행원에게 돈을 일일이 세어볼 필요없이
10만원만 빼고 나머지는 상자 자체를 테이프로 봉한뒤 그 위에 30만원
이라고 적고 확인해달라고 했습니다.

은행원은 그렇게 했고 자동차상은 30만원을 상자째 은행 비밀금고에
예치시키더군요. 물론 저는 그렇게 해서 차를 사게 되었고요"

한 일본인이 경험했다는 확인할길 없는 이 에피소드는 중국 취재여행중
이사람 저사람에게서 여러번 들을수 있었으며 중국의 금융개혁이 얼마나
절실하고 시급한가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어찌됐든 중국의 금융개혁은 강력히 추진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국가개발은행(94년4월 설립), 농업은행(94년5월설립)등 과거에는
없었던 은행들이 하룻밤 사이에 생겨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식시장도 개설되어 주식회사형태의
기업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재테크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86년 은행관리잠정조례발표이후 예금이자율의
상한및 대출이자율의 결정,예금지급준비율의 조작,인민폐의 외환시세 결정,
국가종합신용대부계획의 편성 관리등의 권한을 위임받아 그 역할이 보다
강화되었다.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경영자주권 <>대출자금의 조달및 운영권 <>허용
범위내의 이자율결정권 <>기구내 조직설치권 <>이윤유보권 <>독립채산제
등의 자주권이 부여되어 은행의 상업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또한 종전의 수직적 자금분배구조를 개선하여 각 금융기관간의 단기자금
수급조절을 원활히 하는 수평적 분배체제를 확립,금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간 업종간 금융시장을 설립하였다.

특히 중국인민은행은 금융시장은 물론 주식 채권등 증권시장관리를 통해
장단기자본시장을 육성하는 권한을 위임받아 86년1월에는 광주 무한 심양
중경 상주의 5개 도시를 금융시범지구로 지정, 이지역에 은행간 콜시장을
개설하였고 어음시장도 설치하여 각종 채권의 발행 매매업무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과거 중국은행의 기능이 계획경제하의 "국고출납처"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발전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실물의 흐름"과 "화폐의 흐름"이 1대1 대응함수를 이루며 균형을
유지하려면 그 저변이 정부와 기업은 물론 일반 개인에게까지 확대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중국의 현실이 아직 그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