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여름부터 우리의 만남이 시작되었으니까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대초반의 젊고 혈기왕성했던 모습은 50대의 장년으로 변해 세월이 실로
시위를 떠난 화살같음을 실감케한다.

한일협정 비준반대 각대학연합체 "한비련"이 내가 가장 애정을 갖고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다.

우리는 당시 많은 어려움과 고초를 같이 겪었다.

이같은 끈끈한 동지애가 지금도 강한 연대감으로 우리를 한데 묶어주는
바탕임은 물론이다.

한비련은 6.3사태 1년후인 지난 65년6월 서울소재 10개대학대표로 정식
구성됐다.

한일협정및 그 비준 무효화의 투쟁에 참여했고 끝내 투옥과 제적의 아픔을
함께 겪게 된다.

한일간의 교류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왕성한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당시 우리의 더운 피는 굴욕적인 회담으로 민족 자존의식이
훼손됨을 앉아서 볼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한비련은 분기별로 한번 열띤 토론회를 갖는다.

유일하게 회원들이 명문화한 규정으로 주제는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으로 정하는데 정치에서부터 자그마한 사회현상까지
모두 망라된다.

물론 토론회가 끝난후 모두가 한데 어울려 갖는 작은 술자리를 통해 서로의
우의를 확인한다.

이때 우리는 세월을 거슬러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젊은 피의 고동을 듣곤
한다.

한비련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회장이 없다.

모든 회원이 회장이라는 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회칙도 없다.

자유로이 만나고 자유로이 토론한다.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대개 학생운동을 거쳐 사회에 나오면 정계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 법인데
스스로들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다.

회원들의 건승을 빌며 일부를 소개한다.

건국대 문영재(영도전자대표), 경희대 김경남(민우건설대표), 고려대
김의철(뉴코아회장), 동국대 필자, 서울대 장명봉(국민대법대학장),
숙명여대 박경자(이민), 연세대 김영수(영동세브란스병원부원장), 외국어대
백낙환(외무부구주국장), 이화여대 진민자(한국청년여성원원장), 중앙대
이재오(건강사회실천운동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