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의 유례없는 무더위에도 우리나라 고3은 보충수업을 하였다.
고3인 우리 둘째는 여름방학전에는 내신성적을 걱정하더니 방학동안에는
수능검사 준비를,그리고 방학후에는 본고사 준비를 해야한다고 걱정이다.
"그전처럼 학력고사 하나만 보면 편할텐데" 하고 생각하다가도 인간의
능력을 어찌 하나의 검사로 설명할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80년대 이전에는 대학별고사 하나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하였지만 그
이후로는 내신성적과 학력고사 점수를 합하였고,작년부터는 두가지 자료
이외에도 대학에 따라 본고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즉 지난 15년동안 입시
전형자료가 한가지에서 세가지로 다양해진 것이다. 학력고사만으로 입학생
을 뽑을때는 학생의 점수는 하나의 숫자로 표시될수 있었으나 지금은 내신
등급 수능검사점수 본고사점수등을 다 계산해야하는 복잡함이 있다.

그런데 만일 선발기준이 세가지가 아니라 열가지라고 하자. 그리고 그
기준이 대학마다 또는 학과마다 모두 다를수 있다고 하자.

예를들면 어느 대학에서는 학교운동부와 자치회 활동및 학생자신이 쓴
장래목표에 대한 설계등을 요구한다든지,또는 어느 무용과에서는 수학이나
과학과목의 점수는 몇점이상이면 되지만 예술이나 체육과목에는 2백%의
가중치를 준다든지 하는 기준을 설정할수 있다.

언뜻 생각할때 누구나 훤히 들여다 볼수 있는 하나의 기준으로 입학생을
뽑는다면 정확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마다 학과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선발한다면 모두에게
혼란을 줄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익숙해
졌기때문에 여러가지 조건을 합하여 통합적으로 보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인간의 다양한 능력을 하나의 자(척도)로 재는것이 얼마다 위험스
러운 일인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똑같은 자를 적용했기 때문에 정의롭고
질서있는 방법이라고 할수 있을까. 사람이 모두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이 움직여지는데 똑같은 기준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정말로 불공평
한 일이다. 정확한 것,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런 것들을 질서
라고 한다면 이것은 난폭한 질서다. 어느 혼돈(chaos)이론가는 난폭한 질서
는 무질서이며 거대한 무질서는 질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두개는 구분될
수 없는 하나라고 하였다.

하나님도 인간이 이해할수 있는 하나의 질서로 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같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질서라고는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착한 사람이 복받는것 같지도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씩 살펴볼때는 어떤 질서도 없는 듯이 보이지만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무질서란 결국 여러 현상들
간의 관계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눈으로 직접 볼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될뿐 전체적으로 보면 질서의 형태가 드러난다.

또 우리가 분명히 질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한편에서 보면
엉망진창인 무질서일 수도 있다.

우주는 하나의 질서가 아니라 무한한 질서를 가지고 움직인다. 무한한
질서란 혼돈을 말하며 혼돈은 또한 아주 형언키 어려운 질서를 의미한다.
따라서 질서와 무질서를 구분하기란 아주 어려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수 없는 정확한 방법이나 있는
것처럼 0.1의 점수 차이도 구분하여 학생을 선발하였다.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이었을까.

앞으로의 대학선발기준은 이런 하나의 난폭한 질서보다는 여러 다양한
기준을 통합하여 어지럽긴 하지만 타당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