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은 악성 노사분쟁의 표본처럼 여겨지던
사업장으로 파업과 직장폐쇄, 공권력 개입의 악순환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었다.

이처럼 끝없는 노사마찰로 몸살을 앓던 이 회사가 그룹내 다른 계열사와
함께 3년연속 무분규 기록을 세웠다.

특히 금년의 경우는 노조 집행부가 재야 노동계와 연대해 정치성 파업을
획책했지만 조합원들의 자진출근으로 무산되는 이변을 보이기도 했다.

대우조선의 노사관계가 이렇게 180도 달라진 배경은 회사측과 조합원들이
신뢰구축을 위해 쏟은 정성이 노사관계를 갈등구조에서 화합으로 반전
시킨데 있다.

이 회사 임원과 부서장들은 근로현장에 상주하면서 근로자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애썼다.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고충을 함께 나누는가 하면 궂은
일은 앞장서서 하는 규범을 보여 주었다. 경조사때는 물론 평소에도
근로자가정을 방문해서 회사 형편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노사간의 이해대립에다 외부의 정치성 입김까지
작용해서 복잡한 양상을 띠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신뢰의 기반을 쌓기만 한다면 어떤 악성분규도 예방할
수 있음을 대우조선은 보여줬다.

아직도 구태의연한 분규를 겪고있는 업체들이 본 받아야 할 모범사례로서
회사 경영진과 근로자간의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 천 식 <서울 송파구 석촌동>

(한국경제신문 1994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