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오 <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실장 >

토초세에 대한 위헌판결이 내려졌다.

사법부가 정부의 경제관련법시행이나 조치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국제상사 합병건이후 두번째이다.

그러나 이번의 위헌판결은 국제상사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토초세는 제정 당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물론 토초세가 제정된 89년은 부동산투기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로서 정부는
나름대로의 충분한 당위성을 가지고 추진했었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토초세가 실현되지 않은 가상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과표를 행정기관이 임의로 작성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임대토지를 일률적으로 유휴토지로 간주하는등 무리가 많았고 무엇
보다도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너무나 의존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의 법제정에 대해 민간이 이의를 제기할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토초세는 법 자체에 모순을 안은 채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채
시행되고 말았다.

토초세는 도입이후 9만명이 넘는 개인, 2,300개의 법인에 대해서
9,500억원정도가 부과되었다.

결과적으로 토초세는 부동산투기를 잠재우고 지가를 안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엄청난 물의를 일으키게 되었다.

토초세를 피하기 위한 불필요한 건축 붐을 조성하여 건자재와 노임파동이
야기되었다.

과잉개발은 서울강남지역의 경우 공실률이 40~50%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건축을 하도록 하였다.

또한 농민과 서민에게까지 부과함에 따라 조세저항이 심각하여 올상반기
에는 납세불복 심판청구의 40%가 토초세 관련사항이었다.

양도소득세와 중복되고 세을 자체가 높아서 그동안 조세저항을 모르던
일반 국민들을 자극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지가마저 떨어지게 되어 토지소유주들의 반발이 한층 거세게
되었고 이것이 이번의 위헌판결의 큰 요인이 되었다.

이번의 위헌 판결은 "한법불합치"판결로서 단순히 위헌선언을 하고 이법의
잠정적인 효력은 인정하는 것이다.

조세행정상의 엄청난 파장을 고려해 법의 위헌무효 결정은 내리지
않았으며, 이에따라 대법원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거나 아예 소송을 내지
않은 경우는 판결결과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나 대대적인 세금반환소송의 가능성이 있으며, 비슷한 조세저항과
마찰이 있었던 택지초과 소유부담금, 개발부담금등 나머지 토지공개념제도
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는 가상소득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고(현행세율 50%) 지가산정
기준의 재조정, 임대용토지에 대한 과세범위축소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토초세 위헌판결 사례에서 다음의 교훈을 도출할수 있다.

우선 정책결정과 시행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토초세 제정취지가 아무리 옳더라도 파급효과를 감안하여 제정단계에서
전문가나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만 하겠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권위가 떨어진 측면도 있지만 보다 긍정적으로 정부의
판단이 잘못될수도 있으며 그것을 고칠수도 있다는 유연한 사고가 정부와
민간 모두에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국민의 경제생활을 최우선적
으로 존중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번 기회에 국내 토지정책에 대해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토지의 소유보다는 활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반 세제나 관련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예를들어 선진 부동산제도인 신탁 컨설팅 저당증권등을 도입하여 토지의
활용도를 높이고 금융기능을 접목시켜 소유성향을 억제해야 하겠다.

고도제한이나 용적률도 조정하여 토지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한편 균형된
공간개발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국토면적이 좁고 수도권에 모든 정치 경제기능이 집중
되어 있어서 토지관련 정책을 구사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토초세 문제는 결국 토지에 대한 정부의 경영능력의 미흡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밑바닥에는 토지소유 성향이 강한 국민의 의식도 자리잡고 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서 정부와 민간 모두 귀중한 국가자원인 토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