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날 조선시대 양반집 아낙들은 외출할때 쓰개치마라는 것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기품있고 교양있는 여성들이 외간남자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지극히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법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윤리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었다.

이것은 지금 우리에게 너무도 먼 옛날얘기 같지만 이 지구상에 여자가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나라가 아직도 남아있다.

요즘 무더위와 함께 배꼽논쟁이 한창이다.

신세대 여성들이 배꼽을 내놓는 옷을 과감하게 수용함으로써 그것은 보는
세간의 다양한 시각을 낳게 했다.

과대노출이라는 부정적 시각, 유행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긍정적 시각,
기성세대, 그중 특히 남자들의 시각은 부정적인 쪽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다.

개화기에 여성들이 쓰개치마를 벗어버렸을때도 1960년대말 미니스커트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아니 지금보다 더한 논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백년 동안 지켜 내려왔던 관습이었던 쓰게치마를 버리고 양반집 여자들
에겐 보여줄수 없다고 생각했던 무릎은 과감히 보여준 미니스커트 역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변화는 지금 20세기말 여성들이 배꼽을 보이는 옷을 입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배꼽이 보이는 옷을 입는 것을 "과다노출"이나 "여성만의 신비감을 없애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여성을 상품화시키고 성적인 대상으로밖에 파악하지
않는 지극히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은 한 시대의 사회,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에 단순히 유행하는 옷의
의미를 떠나 의식의 개혁을 표현해 주는 매개체라고 할수 있다.

배꼽이 보이는 옷이란 것은 21세기를 살아갈 여성들의 의식변화의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다.

이제 우리가 다시 쓰개치마를 쓸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도 당연한 패션이 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