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제하에서는 여러 의안들을 어떤 순서로 짝지워 비교하느냐에 따라
표결의 결과가 달라지는 투표의 역설현상이 나타날수 있음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과반수제를 채택했다 하여 언제나 투표의 역설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특별한 경우에 한해 나타나게 된다. 지난번에 설명한 예의
경우에는 왜 그와같은 현상이 생기게 되는지 그 이유를 따져 보기로하자.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위해서는 세사람이 다리의 규모에 대해 갖고
있는 선호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김씨는 다리는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크기의 순서로 세 대안의
순위를 매기고 있는데 이와같은 선호에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전혀
찾아 볼수 없다.

이씨는 중간정도의 다리를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이 가장 작은 다리
그리고 가장 큰 다리가 마지막이라는 순서를 매기고 있으며 여기에서도
역시 이상한 점은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박씨의 선호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그는 가장 작은
규모의 다리가 제일 좋다고 하면서도 차선의 대안은 중간정도의 다리가
아니라 가장 큰 다리라고 본다. 누구나 저마다 다른 선호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이 예에서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선호는 확실히 이례적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선호를 갖고 있는 사람이 투표자 가운데 끼어 있을때
투표의 역설현상이 일어날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박씨와 같은 선호의
보유자를 본질적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단정할수는 없다.

다음의 예를 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선호를 갖는 것이 전혀
이상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수 있다.

예컨대 A B C의 세 안이 공립학교를 유지하는데 얼마나 큰 규모의 재정
지출을 해야하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하자. 즉 A안은 가장 큰 규모의 재정
지출을 하자는 안이고 B안은 그 다음 그리고 C안은 가장 작은 규모의
재정지출을 하자는 안이다.

현재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경우 공립학교의 유지에 구태여
많은 지출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C안을 가장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 공립학교의 질을 현저히 개선하자는 A안도
과히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수 있다. 조세부담이 더 커지는 대신 공립학교
로 옮김으로써 학비를 절감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공립학교의 질을 현저히 개선시키지 못하는 어중간한 크기의
재정지출은 아무 이득도 없이 조세부담만 늘릴 것이기 때문에 최악의
선택이 된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볼때 박씨와 같은 선호에는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다.

이 예를 보면 과반수제하에서 투표의 역설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사실을 이해할수 있다. 지난번에 설명했던 바와 같이 투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의사진행을 담당한 사람이 표결결과에 영향을
미칠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