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2년안에 전력사업과 발전설비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부터 민자발전소건설을 추진키로 한데다 오는 96년부터 발전업
이 부분개방돼 외국업체와 치열한 경쟁이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96년부터 발전설비일원화조치가 해제되면 발전설비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와 외국업체들이 경쟁하는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사업과 발전설비시장의 독점체계는 앞으로 1~2년안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게 분명하다.

정부가 발전업을 당초보다 1년 앞당겨 부분개방키로 한 것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민자유치사업계획과 맞물려 있다.

정부의 장기전원개발계획중 5백MW짜리 석탄화력발전소 2기와 40만kw짜리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2기를 민간자본으로 건설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민자발전소건설계획의 주요 내용이다.

한국전력에 전기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발전소를 부지매입에서 설비공급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두 민간기업에 맡기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은 발전소 건설에 관한 엔지니어링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기술을 확보한 외국업체들을 끌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민자유치사업계획에 맞춰 발전업을 조기에 개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발전소 건설실적이 없어 해외발전소입찰에 참여하지 못해던 국내업체들은
정부가 앞으로 민자발전소건설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실적을 얻기
위해서라도 경쟁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민자발전소건설의 경우 중공업체와 건설업체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라중공업등 기계업체와 (주)대우 동부건설 선경
건설 현대건설등 건설업체를 비롯 호남정유등 에너지관련업체들이 이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지분과 기술제공으로 참여하는 민자발전소건설사업은 전체
발전소건설물량에 비하면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 96년부터 발전설비일원화가 해제되면 국내기업들은 외국업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할 상황이다.

발전업이 해제된 상황에서 발전설비시장만을 제한한다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고 발전설비 구매업체인 한국전력도 더이상 한국중공업으로부터의 독점
발주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한국전력은 지난 6월부터 발전설비를 공개경쟁에 부치게 해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상공자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발전설비를 국제공개경쟁입찰에 부치면 국내업체들은 살아남을수 있을까.

일부 발전설비를 제작하고 있는 국내 중공업체 발전영업담당자들은 대만의
예를들며 국내 업계의 앞날에 걱정을 앞세운다.

대만전력청은 국제경쟁입찰로 발전설비를 발주한다.

입찰안내서가 나오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업체들은 국경을 초월,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의 국제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예컨대 발전설비 엔지니어링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GE사는 금융분야
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 중전기분야가 뛰어난 유럽업체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컨소시엄의 구성대상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경우 발전설비제작경험이 없는 한국업체들이 컨소시엄에 참여할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삼성중공업의 김동식발전영업팀장은 "한국기업은 엔지니어링기술을 확보
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제작경험도 많지 않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발전설비를 공급해온 한국중공업도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중공업과 기술제휴를 맺고 있는 미국 GE사나 CE사가 막상 국제경쟁
입찰에서는 설비공급가격이 한국보다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업체를 파트너
로 삼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기업들을 살릴 대책은 전혀 없는 것인가.

중공업체 관계자들은 "한국전력이 국제화시대에 맞춰 국제경쟁입찰에 부칠
수 있게 사내규칙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중공업을 제외하면 다른 발전설비업체들은 사실상 제작실적이 없기
때문에 하청제작도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장치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업체에 다소 유리하도록 비가격경쟁요소분야를 계량화, 입찰가격
에 반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애프터서비스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기에는 국내업체들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이같은 요소를 계량화해 주면 우리기업에 다소 숨통을 열어
줄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김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