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 성 <에너지경제연 원장>

중국과 베트남간의 남지나해 영유권분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분쟁지역
에서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각각 중국과 베트남을 대리해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어 영유권을 둘러싼 패권다툼이 보다 복잡한 양상
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만약 무력충돌등 긴장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과
일본 대만의 석유수급에는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이다.

금년들어 분쟁의 첫 발단은 지난 4월19일 미국의 석유기업인 크레스톤사가
중국의 위탁을 받아 베트남 남부 대륙붕지역에서 석유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시작됐다. 베트남은 즉각 이를 주권침해로 규정,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크레스톤사가 탐사할 면적은 2만5,000 에 달하는데 이중
절반이상이 베트남 석유광구로 설정될 곳이다.

그후 4월28일, 이번에는 베트남이 그들의 5-1B 광구인 일명 불루 드레곤
유전지대를 미국 석유 메이저인 모빌사에 탐사를 위탁했는데 이때는
중국이 자국 영토침범이라는 강도높은 비난성명을 발표했다.

중국과 베트남간의 분쟁지역은 이 두곳만이 아니다. 베트남이 설정한
35개 석유광구중 중국이 그어놓은 령토선과 겹치는 곳은 18개 광구에
이른다. 이중 5개 광구는 이미 영국의 브리티시가스사등 서방기업들이
베트남과 합작으로 석유개발을 한창 진행중이다.

상호 비난성명이 발표된후 양측은 외교적 공방을 계속하면서 이곳 해역
경비를 강화하였는데 지난 7월2일에는 베트남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영해
침범으로 나포함에 따라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남지나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는 남지나해 중간지점에
위치한 파라섬과 스프라트리 군도(일명 남사군도)가 각각 자기 영토라는데
있다.

이 군도들은 조그만 섬들에 불과하지만 주변 바다속에는 무진장한 자원이
매장되었으며 어업자원도 풍부하다. 특히 석유의 경우 세계에서 얼마남지
않은 미개발 유망 유전지대로 꼽힌다.

또 이곳은 동아시아로 향한 해상 항로이며 특히 중동에서 한국과 일본등
극동 아시아로 수송되는 유조선 통로이다. 군사적으로는 말래카해협을
통해 인도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전함의 전략적 수로이기도 하다.

이 두 군도는 중국과 베트남뿐만 아니라 대만 필리핀 말레이시아 부르나이
등 인접한 모든 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이다.

이미 양측은 이 지역 일부섬에서 1974년과 88년 두차례의 무력충돌을
겪었으며 모두 베트남의 패배로 끝났다.

그후 남지나해 영유권분쟁은 다소 소강국면을 보였으나 금년들어 석유
개발을 둘러싸고 중국이 공세적 자세를 취함에 따라 다시 긴장이 고조된
것이다.

그러면 왜 이시점에서 중국은 강경한 태도로 선회했는가. 그것은 냉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소련간의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 공백을
비집고 패권을 차지하려는 군사적 의도와 중국의 에너지사정이 점차
심각해져 더이상 남지나해 석유자원을 그대로 방치할수 없는 경제적
필요성이 접목되어 보다 공격적 전략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소연방 붕괴이후 중국은 러시아에서 신예 무기를 대량 구입하는등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꾀하였다. 국방예산도 크게 늘어나 올해는 작년보다
무려 27%나 증액된 93억달러(540억원)가 책정됐다. 이러한 규모는 일본의
국방예산 400억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격차를 보인다.

그러나 런던국제전략연구소는 중국의 실제 군예산은 공식예산의 3배수준
으로 추정했고 낮은 인건비를 감안해 보면 서방기준으로 1,000억달러
이상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중국의 군사력이 급팽창되는 것과는 달리 중국의 에너지사정 특히,
석유사정은 날로 악화되어 가고있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석유소비는
급증하는데 석유생산은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 이르면 현재 석유수요의 3분의1이 넘는 하루 100만배럴의
석유가 부족할 전망이다. 다급해진 중국은 그동안 외국기업의 접근을
금기시하였던 내륙 유전지대까지 서방기업에 공개, 합작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작년 7월에는 원유확보를 보장받기위해 이람청부총리가 중동국가 순방에
나서기도 하였다. 이같이 남지나해에서 벌어지는 영토 분쟁들은 우리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등 극동아시아로 도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중동에서 남지나해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나 원유수송로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 일본 대만
은 물론 상해 천진등 동부지역까지 원유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아시아
전체의 석유위기로 증폭될 것이다.

또한 남지나해 유전들은 우리의 주요 해외 유전개발 대상지다. 현재
우리나라 업체들이 개발하는 베트남 11-2석유광구는 다행히 분쟁지역을
살짝 비껴났지만 중국이 자기들 영토라고 주장하는 블루 드레곤 유전을
베트남이 개발하기 위해 공개 입찰했을때는 우리 기업들도 참여한바 있다.
(미모빌사에 낙찰)

한창 석유탐사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서해 대륙붕도 증국과의 영토
분쟁요소를 안고있다. 그 강도는 약하지만 중국은 이미 여러차례 우리의
서해 유전개발을 비난하여 왔다.

만약 서해에서 유망 유전이 발견된다면 지금 남지나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분쟁이 한.중간에도 일어날 소지가 많다. 따라서 석유가 나오기
전에,또 중국의 군사력이 더 강해지기 전에 분쟁요소가 제거될수 있도록
외교적 교섭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