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밝힌 95년도 각부처의 예산요구현황과 재정운용방향은 내년예산이
근래에 유례없는 팽창예산이 될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물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시급한 사회간접시설의 확충, UR에 대비한 농어촌지원,
그리고 문민시대에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사회복지의 요구를 어느정도
충족시켜 줄 필요는 인정된다.

하지만 일반사업비 요구증가율이 70%를 상회하고 있는 마당에 유독
국방부의 전력정비비는 불과 9. 5%의 증가요구에 끝나고 있어 악화일로에
있는 안보환경을 고려할때 국방예산이 국가재정배분순위에서 이렇게 뒤로
밀려나도 되는가 하는 우려를 하지않을 수 없다.

국방비의 요구증가율이 평균 일반회계요구증가율인 23.2%의 절반수준인
12.5%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정책결정자들과 국민의 안보의식내지는
자주국방의 의지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무한 경쟁시대에 국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의 경제적경쟁력은 물론
문화적 경쟁력등 모든 부문에서 앞서야하지만 특히 국방의 경쟁력이야말로
국가생존에 절대긴요하고 모든 다른 경쟁력을 보호해주는 우선적이며
사활적인 경쟁력이라 아니할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이해진 안보의식과 비현실적인 안보인식으로 인해
국방비가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년대이후 계속 낮아져 금년에는
3.5%선에 머물 예정이다.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국방예산의 비율도 80년대의 30%선에서 이제
23.3%선까지 축소되고 있다. 그나마 국방예산의 70%는 운영유지비에
소모되고 겨우 30%만이 전력정비에 투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기막힌 사정은 전력정비비도 99.3%가 계속사업에 사용되고 단지
0.7%만이 신규사업에 책정된다고 한다.

미래의 군사적 도전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최첨단과학무기체제의 구축과
전력구조의 개편이 불가피하고 이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걸프전에서 익히 보았던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군사력구조의 최첨단기술형 전력구조로의 새로운
투자를 시작할 때이다. 시기를 놓칠경우 그 기회비용은 엄청난 추가비용이
될 뿐더러 국가의 생존 그 자체일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적정국방비는 물론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민과 국민경제의 조화속
에서 책정되어야 하고 대내외적인 제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저한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또 남북군사균형이
우리에게 아직도 불리한 입장에서는 국가자원배정에서 절대적 군사준비
소요가 최우선일수 밖에 없다.

우리는 1970년대이후 몇차례의 전력증가계획(율곡사업)을 추진하여오면서
남북군사력의 격차를 어느정도 좁혀왔다. 그러나 아직도 남의 군사력
지수는 북의 71%선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지 전력부문의 부족분은 주한미군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전진배치된
각종 화력으로써 보완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외의 제반여건변화가 점차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증가
시키고 있는데 언제까지 주한미군에 국가의 안보를 의존할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북핵문제를 위요한 일부국민계층의 인식이다. 즉 북핵은
북한과 미국의 문제이지 우리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무지형이
있는가 하면, 북핵이 비록 우리문제인들 우리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자조형이 있다.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있지도 않은 북한핵을 가지고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도발을 하고 있다는 소위 급진적 인식이다. 이쯤되면 국민안보인식이
해이해졌다거나 아니면 불감증에 빠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반안보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할수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오도된 안보의식과 위정자들의 안이한 안보인식, 그리고
율곡사업에서의 일부 비리와 비효율성이 마치 전력증강계획이 불필요한
듯한 인상을 심어주어 국방비예산책정이 국가재정배정에서 그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나게 만든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결과 안보환경은 더욱 악화되는데 군사준비태세는 더욱 약화될수 밖에
없는 위험하고 역설적인 상황을 조성한 것이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전개를 반전시키기위해서 우선 국민과 정책결정자들의
안보환경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요구되고 안보환경에 걸맞는 국방준비태세
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국방예산은 최소한 예상되는 내년도 예산증가율인
14%선을 상회하는 선에서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적정국방비의 개념정의는 자의적일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외부의 무력도발로부터 국가의 생존을 보존할수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는데
소요되는 국가재정의 총량으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총량은 전문가들의 종합적 판단에 의존해야 하며 그런 의미
에서 국방부가 필요하다고 예견하고 있는 향후 5년간 매년 12%정도의
증가율은 최저수준일뿐 가능한 한 그 이상으로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