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태 준 <수출보험공사 사장>

최근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이 지난 6월초
김영삼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대
러시아 경협차관이 91년 12월이후 중단된 상태이나 수출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93년 수출실적은 6억100만달러로 92년의 3억6,600만달러에 비해 55.7%
증가하였으며 금년에도 5월말현재 3억7,800만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전년
동기대비 68. 8%나 증가하였다. 수출품목도 종래의 섬유 신발등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 전자제품과 자동차등으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91년말 소연방이 붕괴된이후 러시아는 생산격감,하이퍼인플레이션등 줄곧
경제위기상황에 처해 왔으며 약80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의 상환능력이
없어 매년 서방측과 상환연기협상을 벌여오고 있다.

또 보.혁간의 갈등구조가 해소되지 않은채 불안한 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대러시아 수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현상
으로 여겨질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현행 외환관리규정은 수출대금의 50%를 수출업자가 자체
유보할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지하경제에서 유통되고 있는 막대한
액수의 경화화 90년이후 약300억달러로 추정되는 외화 해외 도피액의
상당부분이 수입대금결제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표면상 경제침체와 외환부족사태에 직면하고 있으나
민간부문에서는 이러한 자금을 바탕으로 구매력을 지닌 기회시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기업과의 거래에는 여전히 많은 위험과 어려움이 따른다.

신뢰할만한 수입자발굴의 어려움, 시장점보의 부족, 국제상거래관행의
미정착, 은행제도의 부실, 운송 통신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의 취약및
법.제도의미비에 따른 갖가지 불확실성과 장애요인이 우리업체의
적극적인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거래형태별 수출실적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세계
교역량의 약80%가 신용장방식의 거래임에 반해 러시아의 경우는 현금
결제방식의 거래가 약95%로 신용장거래는 겨우 5%에 불과하다.

더욱이 수출입당사자간의 오랜 유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외상거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거래금액이 크고 자본회임기간이 긴 플랜트수출 및 해외투자는
러시아의 외채상환능력으로 보아 당분간 위험이 매우 클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출보험공사가 러시아의 주요경제지표를 활용하여 94년부터 98년
까지의 연체가능성을 분석한 결과 94년 100%, 95년 75%로 위험수준인
40%를 훨씬 상회하다가 96년에 가서야 34%로 떨어져 위험수준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러시아가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예측불허의
혼미한 상태이나 한반도의 약75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와 인구 1억
5,000만명의 거대한 소비시장 그리고 석유 천연가스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무한한 시장잠재력을 지닌 국가라는것을 부인할수 없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현재와 마찬가지로 장래에도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우리기업의 효과적인 러시아시장 개척과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도 신중한 정책적지원방안이 모색되어야할 것이며
업계도 단기적인 이익추구보다는 미래의 확고한 기반구축을 목표로 이
거대한 시장에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