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외교관이란 그 직업적 속성때문에 속마음을 들어내지 않는다. 영국
의 작가 버너드 쇼는 "전쟁에 관한 진실기록"에서 "외교관은 거짓말을 잘
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게오르기 쿠나제 주한러시아대사가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비교적 솔직하게 "북핵문제"등에 관해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여진다.

쿠나제대사는 부임전 러시아 외무차관을 지낸 아시아통. 그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정세를 "불안정속의 안정상태"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그 균형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상황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따라서 쿠나제대사는 "북한의 제2 남침설"에 대해 "북한이 군사수단을
택하는 것을 러시아는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도 지지하기 어려울 겁니다.

두 나라의 지지없이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 처럼 북한이 현재도
군사수단에 호소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경제제재는 즉 선전포고"
라고 말하는 것은 "그 나라 특유의 논리"라며 가볍게 받아드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김일성체재가 붕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그 이유는 "김체제는 스탈린
시대의 소련과 흡사하므로 우리가 가장 이해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특히 북한은 스탈린시대보다 몇배 제한이 심하고 사회계층도 적으며
국토도 좁기때문에 반체제세력이 숨을 장소가 없을 것이라고 해설한다.

김부자의 대립설에 대해서도 "그같은 소문은 있는것이 사실이지만 확인할
수 있는 소문은 거의 없고 한국신문의 기사는 그 문제에 관해 너무 소문이
많다"며 나무랐다.

이처럼 쿠나제대사가 많은 북한문제연구가 다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내부사정에 정통하고 있기 때문인지 외교관이라는 입장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북핵문제"에 관해서 그는 "대외정보기관(SVR=KGB의 국제부문)의
보고에 의하면 작년말까지는 핵무기를 갖지않았지만 현재는 잘 모르겠다"
며 "북한으로서는 최대 국익이 무엇이냐 하면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제정세를 불명확하게 만드는 것에 있으므로 북한의 참 목적은 될수
있는대로 불명확한 국제정세를 오래 끌고 나가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북핵문제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파키스탄방식"을 취할 것이란 해석이
가능해진다. 북핵문제에 입을 다물고 있던 쿠나제대사가 일본 주간지지만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은 러시아정부의 기본입장이 정립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