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이다. 경제전망은 어떤 공식에 집어넣어
정확한 해답이 나오는 수학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현실감각"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가감해 나오는게 경제전망이란 얘기다. 그러니 전망치란 것은
맞추기가 힘들게 마련이다.

딱 떨어지게 맞추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제전망에 관심을 기울인다.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기업의 경영전략수립에 없어서는 안될 방향타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
연구소들이 경제전망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발표수치에 민감한 것도
그래서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대개 분기별로 경제전망을 한다. 분기실적이
나올때 마다 이를 감안해 수정전망치를 내놓는다. 지난해 6월말께도 예외
없이 저마다 경제전망수치를 발표했었다. 이때 대우 럭키금성 삼성 쌍용
현대등 주요 민간연구소들이 내놓은 93년 경제전망을 보자.

경제성장률은 최저5.0%(삼성연)에서 최고6.1%(쌍용연)로 내다봤다. 작년
경제성장률 실적치는 5.6%. 모두 엇비슷하게들 맞춘 셈이다. 굳이 가장
정확하게 집어낸 곳을 찾는다면 대우경제연구소. 대우연은 5.5%를 예상,
절대오차가 0.1%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다음으로 정확하게 맞춘 곳은 현대연(5.8%)이었다. 가장 빗나간 삼성연
도 실적치와 0.6%포인트의 오차를 보였을 뿐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말대비) 예측에서 제일 오차가 적었던 곳은 현대연
으로 5.7%를 전망했다. 실제치인 5.8%와 0.1%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만을
보였다. "차석"은 대우연과 럭키금성연. 둘다 5.4%로 예측했었다.

경상수지 예측은 어땠는가.

지난해 경상수지는 4억5천만달러의 흑자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소들이
적자를 예상했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럭금연이 2억달러의 적자를 점친게 가장 가까운 수치였다.

이렇게 보면 국내 민간연의 매크로 전망은 그런대로 수를 줄수 있다. 비록
상반기 경제실적이 거의 나온 상태에서 반쪽만 전망한 수치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국내 민간연의 경제전망 능력이 그만큼 탁월한 것인가.

이의 검증을 위해 아쉬운대로 대우연의 내부보고서를 들여다 보자. 이
보고서는 "연구기관별 경기예측력 비교"란 표제를 붙여 지난해말 작성됐다.
비교대상기관은 한국은행 KDI 대우연 삼성연 일노무라종합연 미와튼경제연
(WEFA)등 국내외 6개 기관.

보고서는 지난89-92년 4년간 한국의 경제성장률 소비증가율 투자증가율
소비자물가상승률 수출및 수입증가률등 6개지표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분석결과는 이렇다.

6개지표를 가장 근사하게 맞춘곳은 한은.

한은의 4년평균 오차(절대치)는 4.0%포인트. 그 다음이 4.2%포인트의
오차를 낸 KDI였다.

반면 대우연은 4.4%포인트, 삼성연은 4.9%포인트의 오차를 기록했다.
노무라는 소비나 투자증가율등을 내놓지 않아 직접비교대상에서는 빠졌으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만 놓고보면 평균오차가 1.9%포인트로 높은 정확도
를 과시했다.

결국 국내 민간연은 아직까지 국내외 유수연구기관보다는 경기예측력에서
다소 열세에 있다는게 대우연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러나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건 많이 틀렸다는게 아니라 왜 틀렸는가다.

다시말해 실적치보다 크게 빗나간 것은 단순히 실력차 탓만은 아니란
얘기다. 오차발생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이렇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이
경제전망에 자의적인 메시지를 담으려하기 때문에 이라는 것.

민간연은 성격상 경제부양의 동인을 제공하기 위한 논리를 뒷받침하려
들고 그래서 늘 어두운 경기전망만 낸다는 말이다. 국책연이 정부 눈치
때문에 경기를 언제나 낙관하는 식의 나쁜 버릇처럼 말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예측모형을 돌려서 나온 전망치에 "인위적인 분칠"을
하기 마련이다. "모형을 이용해 나름대로 객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놓고
나면 최종발표직전 소장이 단순히 감으로 1-2%포인트씩 깎아내는 건 예사"
(S연 M연구원)이기도 하다.

물론 경제전망에 현실감각이 담겨져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거나 소장 개인의 주관적인
감에 의존하는 한 민간연의 경제예측에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

"WEFA나 DRI등도 경제전망치에 플러스 알파를 가미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이들은 방대한 자료와 분명한 논리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전망을 한다는
평가를 받기때문에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산업연구원 김도훈동향
분석실장)

이들이 기업뿐아니라 정부로부터 다수의 연구의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공신력의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론 국책연뿐
아니라 민간연도 정부로부터 얼마큼의 연구용역을 받느냐가 싱크탱크로서의
평가기준이 될런지 모른다.

그만큼 객관성을 갖추고 있다는 검증이기 때문이다.

민간연이 객관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한 설령 정확한 경기전망
"작품"을 내놓더라도 "소경이 문고리 잡았다"는 식의 평가를 면치 못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