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부터 5억여평의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키로 했다는 소식은 땅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이번 조치는 문민정부의 성격과 각종 행정규제완화에 맞춰 주민의 재산권
행사와 지역의 균형개발이 가능토록 길을 텄다는 점에서 전향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또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한강이남지역의 개발이 한계에 부딪쳐 공장용지와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토지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날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도 크다.

그러나 전국토의 8.8%에 이르는 군사시설보호구역중 20%에 해당하는 방대한
구역을 완벽한 투기대책이나 환경보호대책도 없이 한꺼번에 풀어줌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적지않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획기적이고도 갑작스런 조치에서는 으레 큰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임을
우리는 과거 국토개발현장에서 익히 보아온 터이다.

우선 부동산투기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건설부는
투기억제를 위해 이번에 해제된 지역을 모두 토지거래허가.신고 지역으로
지정, 실수요자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듯이 치밀한 준비없이 개발만을 서두른다면 또한번
부동산투기를 정부스스로가 조장할 우려가 있다. 일단 과열이 된 뒤에
투기꾼을 때려잡는 식보다는 과열소지를 처음부터 없애는 것이 일의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 개발에 따르게 마련인 엄청난 환경훼손을 우려
하지 않을수 없다. 지난 73년부터 군이 군사시설보호법을 제정, 시행해온
이래 휴전선을 따라 동서로 설치된 30억평 가까운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
구역은 우리국토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지역이다.

민통선과 맞닿아 있는 이곳은 각종 동식물이 번식하고 있어 학계에서도
생태계연구의 "보고"로 여기고 있을뿐 아니라 나날이 황폐해져가고 있는
우리국토의 숨구멍에 해당되는 곳이다.

이곳에 마구잡이식 개발이 시작될 경우 생태계의 사슬이 끊어지게 되고
그나마 한자락 남아있는 청정지역이 심하게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개발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계획의
수립에서부터 집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환경영향평가와 보호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재산권은 인정하되 엄격한 기준에 의한 공영개발을 검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탁상행정"의 폐해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국토개발행정이다.
정부나 지역주민이나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말고 통일후까지를 대비
하면서 지역의 특성과 환경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개발계획을 구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