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후 미군정치하인 1947년 제51회 보스턴국제마라톤대회에 나가 당당히
우승, 처음으로 이국땅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세계에 한국의 존재를
부각시켰던 원로육상인 서윤복씨(72).

해방조국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그는 요즘 기업체연수강사로 변신해 자신
의 "마라톤정신"을 직장인들에게 설파하고 있다.

서씨는 지난54년부터 대한육상경기연맹이사 전무이사 부회장으로 40년
가까이 육상연맹운영에 관계했고 서울운동장장 대한체육회이사를 역임한후
현재 대한육상경기연맹고문과 한국마라톤후원회 상무이사를 맡아 2선에서
마라톤 중흥을 돕기도 한다.

체육계일선에서 은퇴, 7순노구에도 건강을 유지하며 자신이 마라톤인생
에서 터득한 특유의 집념을 직장인들에게 전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요즘 기업연수강사로 제2인생을 바쁘게 보내신다면서요.

<>서고문 =기업체에서 연수강사로 불러줘서 가봅니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기업은 다가봤습니다. 주로 삼성 대우 현대 럭금 등 대기업체입니다.
한달에 7~8회 많으면 10여회정도 가지요. 지난주에도 남원에서 한솔제지
신입사원연수에 갔다왔습니다.

-마라톤인생에서 큰 변신을 한 것인데 어떤 계기로 기업연수강사로
나가시게 됐습니까.

<>서고문 =제자신이 걸어 왔던 마라톤인생에서 얻은 교훈을 인생의
후배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지난78년 손기정선생이 바쁘기도하고 자신이
나이도 많다며 삼성물산 신입사원연수에 대신 가보라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용인연수원에 내려가 2시간동안 진땀을 흘리며 보스턴
마라톤에서의 뒷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설문조사결과 반응이 좋다며
1주일뒤에 다시 강연을 부탁하더군요.

그후 삼성계열사에서도 부탁하고 현대 대우 럭금등 대기업은 물론
기업연수 위탁교육기관들에서도 강연부탁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기업연수강사를 오랫동안 하셨네요. 강연내용은 주로 어떤것입니까.

<>서고문 ="목표와 집념"이라는 강연제목으로 마라톤을 통한 인생의
교훈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때 밀고나가는
의지를 길러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저마다 인생의 목표가 있는데 그것은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집념으로 이뤄내야합니다. 제가 어렵게
자라면서 보스턴영광이 있기까지 참고 이겨낸 과정을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직장생활에 필요한 교훈을 말하지요.

-강연대상은 누구이고 또 반응은 어떻습니까.

<>서고문 =대졸신입사원도 있고 생산직도 있습니다. 임원연수도 간혹
갑니다. 다른강사들은 경제 시장 영업등 딱딱한 얘기인데 저는 재미있게
뒷얘기를 섞어가며 강연하니 반응이 좋습니다.

제가 고생했던 이야기를 하면 강연장내가 숙연해집니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마라톤관계일은 전혀 안보십니까.

<>서고문 =지난해까지 서울여자역전경주대회를 맡아 했습니다만 금년부터
현직에서 손을 떼고 은퇴했습니다. 지금은 연맹고문외에 재단법인
한국마라톤후원회 상무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5억원정도의 기금으로
전국20개학교에 육상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요. 그저 뒤에서 간접적인
지원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마라톤인생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시겠네요.

<>서고문 =그럼요. 다시 태어나도 마라톤인생을 살 겁니다.

-마라톤과 직장인의 인생과의 연관성을 찾는다면 어떤것일까요.

<>서고문 =모두가 자기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마라톤은
혼자뛰는 외로운 자신과의 투쟁이고 직장생활도 자신의 목표를 마지막으로
성취하는 순간까지 참고 견디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마라톤은 1백5리나 되는 짧지않은 거리를 쉬지않고 가야합니다. 인생은
쉴 수 있지만 마라톤은 쉴수가 없습니다. 숨차고 팔다리가 고통스러운
것을 참아야 합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지만 어찌보면 사람사는 것보다 더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마라톤입니다.

-직장생활때 사표내고 싶을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라톤하다 주저
앉고 싶을 때도 있을텐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서고문 =여기서 쓰러지면 나의 인생도 쓰러지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쉴새없이 뛰어야 합니다. 어머니가 달밤에 앞마당에서 물한그릇 떠 놓고
천지신명께 아들의 승리를 비는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그러면 "여기서 지면 나의 인생은 없다"라는 비장한 각오가 생기게
됩니다.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계의 능력은 한도가 있지만 인간에게는 무한대의 초능력이 있습니다.
그 초능력은 정신력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바로 정신력으로 마라톤을 하는
것입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얘기좀 들려주십시오. 육상선수는 어떤계기로 되셨습니까.

<>서고문 =아현동에 있는 한서보통학교에 다닐때 운동장에서 손기정선수
마라톤제패소식을 담은 호외를 봤습니다.

사진을 보고 담임선생님께 호외를 갖다드렸더니 선생님이 기뻐하면서
"윤복이, 너는 우리학교에서 가장 빠른놈아니냐. 너도 열심히 해서
손기정같은 유능한 선수가 돼봐라"하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후 육상을 계속 하셨습니까.

<>서고문 =어렸을적에는 걸음이 빨라 남의 밭에서 복숭아 서리하는 것은
친구들이 나만 시키곤했죠. 본격적인 연습은 없었습니다.

그후 낮에는 일본인무역회사에 급사로 다니고 저녁에는 경성상업실전
(숭문고전신)야간부에 다니며 동대문에서 영천까지 누구의 지도도 받지
않고 혼자 연습했습니다.

해방후 마라톤을 인생목표로 정했던건데 다시한번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세때 지금의 전국체전 전신인 해방경축체육대회 단축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죠.

그뒤 조선마라톤보급회를 만든 손기정 남승룡선생의 지도를 받아 1946년
제1회 전조선마라톤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완주, 2시간39분40초로 1위
입상했습니다.

당시 해방된지 7개월밖에 안돼 대회관계자들이 완주하는 선수가 하나도
안나오면 어떻게 하나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때 1백40명이 참가, 저를
포함해 3명이 완주했지요. 그후 1년동안 연습하고 체력을 보강해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보스턴마라톤대회에는 어떻게 출전하게 됐습니까.

<>서고문 =서울 광화문 중앙청네거리가 아스팔트길이었습니다. 거기서
매일매일 로드웍을 했는데 한번은 한 미군장교가 "어디가려고 연습하느냐.
보스턴마라톤이라고 유명한 대회가 있는데 출전해보지 않겠느냐. 초청장은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보스턴행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손기정감독 남승룡코치 제가 선수로 세사람이 공항에 몇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모릅니다. 재정보증을 설 사람이 없어 한때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손기정선생에게 "국부라는 이승만박사, 민족의 대지도자
김구선생은 도대체 뭐하는겁니까. 마라톤을 뛰러가는 나를 미국에도 못
보내주는 위정자를 어떻게 믿고 길바닥 먼지마시며 뛰어다니겠습니까.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화풀이를 했죠.

그랬더니 군정체육과장인 스메디르라는 여군이 호주머니돈을 털어
6백달러를 내놓고 하지장군이 각단체에서 얼마씩 걷고 언더우드신탁에서
2천달러를 꿔서 보증금을 마련했죠.

-당시 이승만박사와 김구선생의 환영도 대단했다면서요.

<>서고문 =당시 돈암장에 계시던 이승만박사를 찾아가니까 미국에서
부쳐온 신문을 방바닥에 깔면서 "내가 30년간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지만
네가 2시간반동안 뛴건만 못한 것 같다"며 반겼습니다.

또 김구선생은 "서윤복이 서양사람 물리쳤다고해서 키도크고 건장한줄
알았더니 조그만 몸가지고 어떻게 서양의 큰사람을 이겼다는 것이냐. 내
글을 하나지어주마"하시며 "족패천하"라고 적어줘서 모교인 숭문고에
기념탑을 세워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육상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서고문 =먼저 중.고교의 학교체육이 발전되어야 합니다. 신인개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저변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학교스포츠가 활성화되고
학교이후 사회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야 체육이 발전합니다.

그렇게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육상제패도 가능할겁니다. 해방직후
대단한 인기종목이었던 마라톤도 숏트랙처럼 우리체격에 맞는 종목입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서고문 =두시간동안 강연하면 사람들이 7순노구에 어떻게 한번도 쉬지
않고 하십니까하고 묻습니다. 특별한 건강비결은 없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체조하고 산책하고 조금 뛰었다 걷다하는게 생활화되어 있지요.

일요일이면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 등 등산을 자주갑니다. 육상대회있으면
맨날 나가니까 젊은이들과 접촉해서 기분도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까.

<>서고문 =지금까지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내라는 얘기가 많습니다만
나이도 있고 해서 힘들 것 같습니다. 단지 마라톤후원회의 기금을 증액
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에 지원을 더 확대해
후진양성에 일조해야죠.

<대담=김흥수체육부장>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