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우리 기업사회에서 유행하던 "고객만족"이란 표현이 요즈음은
보다 강도가 높아진 "고객감동"이란 용어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고객만족과 고객감동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고객이 어느때
만족하고 감동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종업원을 모아 놓고 고객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종업원들이 고객만족, 또는 고객감동이란 글자가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고해서 고객이 만족을 느끼고 감동하는것 같지는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이 움직이는가. 한 예를 들어보자.

얼마전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학회에 참석한후 도쿄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예약이 된 비행기는 오사카공항에서 저녁7시 정각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필자는 시내에서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공항을 향해
택시를 탔다.

그러나 공항으로 가는 길이 퇴근시간의 러시아워와 겹쳐서 차가 길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6시55분비행기
출발5분전이었다.

모든 국내선 손님은 최소한 비행기 출발 시간에서 20분전에는 도착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낙심천만이었다.

비행기를 못타겠구나 하고 단념하면서 그래도 혹시나 해서 차에서 내리자
마자 예약이 되어 있었던 전일공(ANA)항공사 카운터로 달려갔다.

담당여직원에게 급한 사정을 이야기하니,그녀는 필자가 내민 비행기표를
받아 들고는 비행기 탑승구 앞까지 필자와 함께 뛰는 것이었다.

탑승구 앞에서 담당 직원에게 간단히 사정을 설명한 여직원은 필자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해 놓고는, 다시 100m달리기 하듯이 카운터로 달려가서
탑승권을 급히 만들어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필자가 비행기에 탑승한 시간은 6시59분, 필자는 규정시간
보다 늦게 온 손님의 잘못에 개의치 않고 성의를 다해준 여직원덕분에
비행기를 탈수 있었다.

만일 그 여직원이 공항에서 적용되는 규정을 내세우면서 탑승을 거절
했더라도 필자는 아무런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 잘못한 것은
전적으로 필자에게 있었기에, 그리고 그 여직원은 누구에게도 당당하게
탑승을 거절할 이유를 설명할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손님에게 부끄러움과 함께 낭패감을 맛보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헤아려 실날같은
가능성이라도 모색해보는 자세에서 필자는 가슴속으로부터 뜨거운 감동이
솟구쳐 나오는 것을 느꼈다.

필자는 지금도 그 여직원이 짧은 스커트를 입은채 주위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행기 탑승구를 향해 열심히 뛰던 모습을 뇌리에
떠올리며 앞으로 일본에 가면 다른 비행사보다도 ANA항공을 타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해서 달성할수
있는 것이 고객만족이라면 고객감동은 고객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서비스로부터 얻어낼수 있는 것이라 할수 있다.

올바른 고객뿐 아니라 자격을 갖추지 못한 고객, 실수를 저지른 고객이라
할지라도 모두 나의 손님이라는 열려 있는 마음,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그것을 실현시켜 주려는 긍정적인 자세야말로
고객감동을 향한 첫걸음이다.

고객감동은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고객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성의를
갖고 그 성의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할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면 고객을 감동시키는 회사 구성원들의 마음과 자세는 어떻게 해야
갖추어지는가.

경영자의 관점에서 볼때 고객은 크게 두종류로 나눌수 있다. 하나는 내부
고객, 즉 회사의 종업원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고객, 즉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최종소비자인 일반대중이다.

이때 외부고객을 감동시킬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내부고객이다. 이들이
외부고객과 접촉하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외부고객이전에 내부고객을 먼저 감동시켜야 한다.

내부고객이 자기 직장에 대한 깊은 신뢰와 긍지를 바탕으로 해서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봉사정신을 발휘할때 이들은 외부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본 ANA여직원은 왜 그렇게 열심히 뛸수 있었는가. 1992년도에
일본 리쿠루트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졸업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장 1위인 기업이 바로 ANA였다.

그 이유로는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비전의 제시, 전 종업원이 참여
하는 장기전략계획 작성, 청년중역회의의 활성화, 개인의 능력발휘에 따른
과감한 발탁승진,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기업문화의
확립등 각종 제도를 통해 사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하고 사기를 북돋워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풍토속에서 ANA 사원들은 내가 바로 ANA이고, ANA 손님이 바로
내 손님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고객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기업이 보다 확실하게 고객감동
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외부고객 이전에 내부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

기업 구성원들이 직장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만족을 한다면 자연히 고객을
감동시키려는 마음과 자세를 갖게 될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