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다니요? 구조를 하러 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글쎄 말입니다"

"구조를 하러 오는 것은 고맙지만, 이곳은 암초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처럼 또 좌초를 하면 큰일이잖소. 어서 다가오지 못하도록 신호를
보내도록 하오"

함대 사령관다운 에노모토의 말에 아라이는 목이 콱 메는 듯해서 더 할말이
없었다.

기세가 꽤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눈보라가 치고,파도가 거세었다.

아라이가 사령관실에서 나가자, 에노모토도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어디죠?"

"저쪽이에요. 보세요. 두척이 오고 있잖아요"

"음- 그렇군"

"기어이 접근을 못하도록 하시렵니까?"

"그래야 되지 않겠소. 가이요마루가 이렇게 좌초되어 앞일이 암담한데,
또 두척이나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겠소. 독립국가고 뭐고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구요"

"독립국가도 우리가 우선 살고난 다음의 문제가 아닙니까"

"무슨 소리를 하고있는 거요. 우리는 이곳에서 끝장이 나더라도 남은
사람들이 독립국가를 만들어야 되지 않느냐 말이오"

에노모토의 그 말에 아라이는 다시 말문이 닫혀 버렸다. 이런 죽느냐
사느냐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목숨보다 다른 사람들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에 절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라이는 통신병을 시켜 두 함정을 향해 위험하니 접근하지 말라는
수기신호를 보내도록 했다. 그러나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여서 그
신호를 저쪽에서 잘 알아보질 못했는지, 두 군함은 계속 파도에 흔들리며
항진해 왔다. 그리고 먼저 가까이 접근한 가이덴마루가 보트를 내려 구조
작업을 개시했다. 그때야 비로소 가이요마루에서도 보트를 내렸다. 그전에는
보트를 내려도 도저히 뭍까지 무사히 갈 수가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에노모토를 비롯한 전원이 가이덴마루로 옮겨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에노모토가 걱정했던대로 신렌마루는 접근해 오는 도중에 재수없게도
가이요마루와 똑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좌초한 신렌마루의 수병들까지
가이덴마루는 구출하는 고초를 겪었다.

"아- 이 일을 어쩌지. 군함을 두척이나..."

목숨을 구하기는 했으나, 에노모토는 두 군함을 잃어서 암담한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