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츠 이치로 < 주한일본문화원장 >

저는 금년1월초 일본에서 한국으로 부임해왔습니다. 이곳에 온지 겨우
석달남짓 됩니다. 활기넘치는 서울거리에서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발견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승용차대수는
1970년에 약 6만대던 것이 1985년에는 약 56만대가 되었다가 1990년에
200만대를 넘어서서 계속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고 하거니와, "자동차
사회화"의 진전은 듣던 것보다도 훨씬 더 앞선 듯합니다.

직업상 저는 지금까지 20여년의 외무성 근무중 몇몇 나라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럽의 두나라 프랑스와 스위스, 아시아국가로는 태국
과 한국 두군데입니다. 이들 해외임지와 일본에서의 "자동차 사회"라는
시각에서 비교해보면 제법 흥미로운 데가 있습니다.

이번 한국부임전의 해외근무지였던 제네바는 일본이나 한국으로 치면 인구
30만가량의 소도시인데도 레만 호반의 교외에 살았던 관계로 제 통근용과
집사람용의 2대의 차는 필수품이었습니다. 매일 약 15km 떨어진 사물실까지
차로 걸리는 시간이 약 15분, 그리고 곧잘 점심식사차 또한번 왕복을 하곤
했습니다. 이것만 쳐도 하루 주행거리가 60km. 이렇게해서 약 2년반 동안의
제네바 근무중 자동차2대의 주행거리합계는 어느샌가 10만km에 육박
했습니다.

제네바에서 귀국하고 나서는 작은차를 샀습니다. 도쿄 집에서 외무성까지
거리로는 약 15km쯤 됐지만 통근시간에 자동차로 가려면 24시간이상
걸리므로 출퇴근에는 거의 쓰지않고 휴일에도 차가 붐비는 탓에 멀리 나갈
적에는 별로 안썼더니 무려 4년반이란 기간에도 주행거리는 1만4,000만km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제네바하고 어쩌면 그리도 다른지 모릅니다.

도쿄는 해마다 고성능화하는 일본차를 맘껏 달릴 만한 길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한편 태국에서는 급속한 경제발전속에 일극집중화한 수도 방콕의 지독한
교통체증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어언 10년전의 일입니다만, 그 당시 이미
세계 최악으로 불리던 방콕이 교통정체는 비라도 오는 날이면 특히
심했습니다. 차오프라야강의 삼각주에 자리잡고 있어 전체가 해발 0미터의
저지대인 대도시 방콕은 우기의 스콜로 도로가 침수하는 통에 차고가 높은
버스나 트럭을 제외하고는 아예 통행을 못하는 일도 그리 드물지
않았습니다. 저도 방콕 재임중 몇십년만의 대홍수를 만나는 바람에 타고
있던 차에 물이차는 난생처음의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자연조건탓에 방콕
에는 지하철을 건설할수 없다는 것도 이곳의 교통사정을 날로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경제발전에 따라 더 악화되었을 방콕의 교통사정을
생각하면 한국은 그래도 훨씬 나은 편이라 봅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웅대한 한강 줄기가 교통관계자에게 커다란 시련을 주고는 있겠지만 이미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지하철망이 계속 정비되고 있을뿐 아니라 입체
교통화도 진척중인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저녁때 강남방면의 자동차 홍수에
말려들기라도 하면 문외한의 생각에는 도로정비나 공공 수송기관의 충실화
만으로는 해마다 더해만가는 교통혼잡에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일본에서도 서민들한테 인기가 있다고는 할수없는 차고
증명제도가 부득이한 조치로 정착돼가고 있듯이 국민의 자동차 보유자체를
어떤방법으로든 제한하는 방책이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필요해지는 것이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