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 한경연 연구위원/노동경제 >


93년 정기국회에서 고용보험법이 통과됨에 따라 95년7월부터 고용보험이
시행되게 된다. 시행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여러문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도 이를 누가 관리 운영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서는
노동부가 직접 관장하는 안과 독립된 공단으로 하여금 운영케 하는 안이
서로 대립되어 있으나 두안 모두 문제점이 많아 제3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제도의 목적은 실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생활을 안정
시키는 것은 물론 실업구제및 예방으로 되어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고
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및 실업급여등을 실시하기로 되어있다.

고용보험관리운영기구의 선정 판단기준은 이와같은 고용보험제도에 목적을
얼마나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볼수 있다.

노동부는 고용보험이 사회보장제도이므로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고 또한
고용(인력)정책과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므로 이의 운영을 직접 전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담당해야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논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공무원의 순환보직관행에 따른 전문성
결여및 정부주도에 따른 행정편의적 획일성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매우 크다.

또한 고용정책과의 유기적 연결을 위해 노동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논리
에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 고용보험사업중 이미 고용(직업)
안정사업은 노동부 직업안정국의 고유기능이며 직업능력개발사업은 훈련국
의 주요 기능이다.

즉 직업안정국의 기능은 구인자와 구직자를 연계시켜 주는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각종 정보를 취합하여 이를 기초로 인력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훈련국은 이렇게 만들어진 인력(고용)정책에 맞춰 필요한
기능훈련을 실시하여 산업인력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 기구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각 기구가 자신들의
고유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서로간에 긴밀한 협조조차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그럼에도 고용보험사업을 정부가 관장하면 직업안정국과 훈련국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우리나라 인력수급의 원활화및
실업이 예방된다는 노동부의 논리는 역으로 그동안 고용보험사업이 없었기
때문에 각기구가 고유업무를 수행할수 없었고 상호협조가 어려웠다는 것이
되는데 이는 분명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 직업안정국과 훈련국이라는 하드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의 부실로 말미암아 그동안 고용(인력)정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것이다.

다음으로 별도의 공단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공단안은
정부안과는 달리 정부에서 직접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단이라는 독립기구
를 설치하여 여기에서 고용보험에 대한 일체를 운영케 하자는 것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행정조직관리정책과 일면 부합되는 면도 없지
않으나 기존공단조직의 운영실태에서 나타나듯이 비효율성의 노정은
명약관화하다고 볼수 있다. 결국 정부안이나 공단안이나 모두 공공독점이라
는 측면에서 같으며 익히 알고 있듯이 독점하에서는 고용보험사업의 효율성
을 제고시킬 아무런 유인책이 없어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피땀어린 기금의
운영이 부실화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고용보험관리운영에 대한 사고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
에서는 시장 경쟁논리에 의한 민간부문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경제"정책
하에 가능한한 정부산하 국영기업체및 공단들의 민영화는 물론 SOC부문에
까지 민간참여를 유도해 나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새로이 도입되는 고용
보험도 처음부터 민간부문에 이양시켜 경쟁을 통한 질높은 보험제도의 운영
을 기하도록 해야 할것이다.

일찍이 실업(고용)보험을 도입하여 시행해 왔던 선진국들이 오늘날에
와서는 이로인한 재정적자 누적으로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뒤늦게 이 제도를 도입하는 마당에 고용보험을 정부가 담당하기보다는
민간부문이 담당하는 것이 정부의 부담도 덜면서 고용보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신사고가 필요하다.

고용보험을 민간부문,예컨대 보험회사들이 담당할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고용보험은 법에 의한 강제적 보험이므로 각 사업주와 근로자(피보험자)들
은 기업의 고용보험기금을 일정한 보험회사에 유치시켜야 한다. 그러나
기업은 자유롭게 보험회사를 선택할수 있고 각 보험회사는 기업체의 기금을
유치하기 위해 고용보험과 관련된 다양한 보험상품을 통하여 서로 경쟁할
것이다. 각 보험회사는 타보험상품 운영경험을 살려 고용보험기금을 이윤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다. 각 보험회사가 기금을 운영을 할경우
별도의 기구를 운영할 필요가 없어 관리운영에 따른 사회적 비용절감효과가
있고 정부나 공단의 경우와는 달리 전문적인 자금관리를 통하여 부실화 될
우려가 없다.

또한 각 보험회사는 실직자의 발생으로 인한 실업급부지출을 줄이기
위하여 고객기업에 대한 재무관리 인력관리및 사업추이 등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통해 실업예방에 힘쓸 것이다. 이는 정부나 공단이 생각하는 취업
알선이나 직업훈련등과 같이 실업발생후 사후적 처리보다는 실업예방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고용보험의 목적에 접근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실직자가 발생할 경우 보험회사의 입장에서는 자사의 보험
가입자이므로 보다 신속하고 질높은 실업구제 방안(취업알선및 직업훈련
기회)을 모색할 유인이 있다. 왜냐하면 보험회사에서는 가능한한 실업급여
지급을 줄이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며, 또한 좋은 평판(reputation)
을 쌓게 됨으로써 보다 양호한 고객(기업)확보가 용이하여 이에 따른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부문이 고용보험관리운영을 하고 정부는 단지 기본적인 정책및
감독기능을 하는 것이 고용보험제도의 목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