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의류업체인 제냐사는 수미수라라는 고객관리제를
70년째 운영하고 있다.

단골손님의 치수등 개인정보 일체를 컴퓨터로 관리, 굳이 매장을 찾지
않더라도 전화 한통화만 하면 언제든지 손님이 원하는 맞춤복을 만들어
배달해 준다. 시즌마다 카탈로그를 직물견본과 함께 고객에게 보내는
것은 물론이다.

제냐는 이에 만족지 않고 지난해에는 아이디어카드제를 고안해냈다.

아이디어카드회원이 세계 어느곳에서든 옷에 단추가 떨어졌다든가 하는
이상이 생기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무실에서 즉시 수선서비스를
받을수 있다. 이만하면 평생서비스라 할수 있는 완벽한 서비스체제를
갖춘 셈이다.

"단골손님이 세계 어느곳에서든 주문만 하면 유럽내에서는 보통 10일,
비유럽지역에서는 15일내로 완성된 옷을 전달받게 된다"고 3대째 제냐사
를 경영하고 있는 파올로사장은 설명한다. 아이디어카드회원은 1년도
안돼 7천명을 넘어섰으며 올해중으로 1만명선을 무난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냐의 작년 매출액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2천5백억원. 유럽은 물론 미국
일본등 세계30개국에 판매법인과 2백50여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는 엄연한
다국적기업이다. 종업원수가 2천6백명정도니 1인당 연간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제냐가 경이적인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철저한 "고객지향의
마케팅"전략에 있다. 그 덕택에 신사복 한벌에 보통 70만~80만원, 비싼
경우에는 재킷 한벌에만 수백만원이라는 고가를 받을수 있다.

제냐의 고객을 위한 마케팅전략은 다른데서도 찾을 수 있다. 이 회사
에서는 디자이너라는 개념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5년전부터 디자이너와
매장판매원이 서로 업무를 바꾸는 순환제를 시행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디자인만하던 시대는 지났다.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직접 파악, 그들의 취향을 제품으로 충족시킬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디자이너출신으로 현재는 국내외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브루노 란디부장의 설명이다.

영국북동부의 사우스 쉴즈에 있는 바버 앤 선스사는 1백년전 습기가 많은
영국의 농부와 어부들의 방수작업복으로 만든 바버재킷을 지금은 세계
젊은이들의 패션으로 인기리에 팔고 있다. 이 회사는 불황속에서도 작년에
매출이 4천만파운드, 세후순익이 4백30만파운드로 각각 13%와 3배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비결은 판매상들을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수시로 감지, 이를
품질개량에 반영하는데 있다.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대신 한번 산 옷은 새것으로 다시 살 필요없도록
언제든지 회수해 수선해주고 농산품전시회등에 빠짐없이 참가, 무료로
즉석 수선서비스를 실시하는 등의 전략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 회사의 특징중 하나는 7백여명의 종업원들이 2,3대째 자리물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종업원들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여주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처럼 고객과 밀착한 서비스는 중소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위스바젤에 본사가 있는 산도스사는 의약 석유화학 환경등 7개업종에
걸쳐 세계30여개국에 자회사를 거느린 다국적기업으로서 매출이 연간
8조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다. 그러나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부문이야말로 이회사의 주력업종이다.

산도스는 80년대만해도 새로운 약을 개발만하면 저절로 팔리는 것으로
알고 마케팅과 고객관리에 소홀히 했었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경쟁이
치열해 지기 시작한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이에따라
산도스는 작년부터 마케팅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나섰다.

세일즈맨의 역할강조와 함께 고객관리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5년동안 마케팅의 생산성을 20%이상 높인다는 목표다.

"세일즈맨은 지금까지 의사 병원등 수요자들을 무턱대고 찾아다니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중요한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나눠 중요한 고객만을 집중적으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생존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산도스는 각국에 맞는 세일즈맨교육프로그램을 개발중이라고
아시아 담당책임자인 질 데 벡박사가 전한다. 관리대상고객을 선별하는
일은 세일즈맨 스스로 맡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도스는 본사에
교육프로그램개발부를 작년에 설치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방위산업 및 발전, 전자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컴퍼니
(GEC)계열인 GEC마르코니의 지오프리 패티회장은 "이제는 기업이 맹목적
으로 물건만을 만들어 내기만 하고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면서 "끊임없이 고객과 대화하고 고객의 요구를 생산과정과
제품을 통해 실현하려는 서비스정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GEC는 고객이 세계 어디에 있든 달려가 그들의 소리를 듣고 평생서비스
하는 철학으로 경영해온 덕택에 불황을 이겨낼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20여개에 달하는 크고작은 철강회사들이 곤두박질하고 있는 중
에서 브리티시스틸(BS)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것도 철두철미하게
고객을 의식한 경영전략때문이라고 패티회장은 귀띔한다.

적어도 유럽시장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세이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지향의 마케팅전략이 지금 유럽에서 국경과 업종을 넘어
보편화되고 있다. 그렇게해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경쟁에 맞
서고 나선 유럽산업의 앞장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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