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럭키업무이사는 올들어 무척 바빠졌다. 지난달초 새로 발족한 사업
부문별 그린라운드(GR)대책위의 간사역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환경업무가 추가되면서 "업무쪽은 영업이나 기획에비해 상대적으로 편하다"
는 럭키의 통념이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만것이다. GR대책마련이 그만큼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이는 럭키에서만 일어난 상황이 아니다.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직면하고있는
모습이다. 이제 GR는 "발등의 불"이라는데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은 에너지 다소비업종으로 이산화탄소등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대표적인 굴뚝산업이다. 전자부품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류나 폴리우레탄
등을 발포하거나 가공제품을 세척하기 위해 오존층 파괴물질인 CFC
(염화불화탄소)를 사용한다. 유해폐기물인 폐플라스틱을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빈협약 기후변화협약 바젤협약등이 규제대상으로 노리고 있는 대표적인 것
들이다. 석유화학업계가 GR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바로 여기에
있어 다른 어떤 업종보다 그린라운드에 신경을 많이 쏟고있다.

업계사장단은 지난해 5월 보건, 안전 및 환경보호를 위한 행동강령인
"환경선언"(Responsible Care)을 공동으로 채택했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환경경영체제를 도입, GR에 단계적으로 대처해 나가
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나온 것이다.

석유화학공업협회는 환경위원회 아래 실무위원회를 구성, <>오염방지
<>제품관리 <>공정처리.안전 <>유통 <>보건 및 안전 <>지역사회의 인식과
비상시 인식등 6개부문으로 나눠 환경선언실천을 위한 회사별 시행지침을
내놓을 방침이다.

협회는 선진국들의 파상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제환경협약에
조기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협회는 공업진흥청 산하 국제환경경영표준화 대책팀에 참여, ISO
(국제표준화기구)18000 등 환경관련 국제표준규격제정에도 신속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개별회사들도 대책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럭키는 석유화학 산업건재 생활건강 정밀화학 등 사업부문별로 그린라운드
대책위를 발족, 가동하고 있다. 대책위는 기후변화협약에 대비, 연료를
벙커C유에서 LPG(액화석유가스)부산물인 C9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대책위는 또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체제를 구축하고 제품포장재의 단일재질화
를 추진, 바젤협약에도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함께 CFC사용냉동기를 암모니아흡수식으로 대체하고 자동차부품생산때
발포제로 쓰이는 CFC를 물발포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유공은 폐기물과 할론(Halon)및 이산화탄소등의 발생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울산컴플렉스를 중심으로 감소(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을
내용으로 하는 3R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공은 환경규제를 피해나갈 수 있는 전기자동차용 첨단축전지와 연료전지
등을 개발하는한편 지난해 개발한 경유차량 매연제거기술, 분해성 플라스틱,
무취용제등의 상품화를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대림산업은 여천공장의 보일러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을 회수하기 위해
50억원을 들여 올해말까지 집진기 4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림은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선진국들의 공세가 드세질것으로 보고 GR대책위를 조만간 구성
할 계획이다.

한양화학도 올해를 환경경영체제기반구축의 해로 설정, 폐수처리용 과산화
수소콤파운드개발, 생분해성폴리에틸렌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오염
물질배출을 줄이기 위해 PVC스크랩을 재활용하고 폐유감량화및 재이용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나름대로는 대응책마련에 힘을 쏟고있다. 그러나 이산화
탄소세부과, 오존층보호를 위한 특정물질의 사용규제, 유해및 독성물질의
교역규제등에 대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벙커C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를 개발한후 이를 사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발생을 완전하게 막을 수 없다. 폐플라스틱을 완벽하게 분해하거나 재활용
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품생산을 위해 CFC대체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원료투입에서부터 제품생산에 이르는 일괄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장치산업
의 특성으로 인해 공장가동을 중단하지않는 한 GR을 원적으로 피해나갈
수는 없다. 규제대상물질의 배출을 줄여 피해를 가능한한 줄이는것이
최선책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이 환경관리에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쏟아부으
면서도 GR문제로 고민을 하지않을 수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경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