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호소카와총리의 돌연한 사임은 이웃나라의 일이지만
우리에겐 의외성과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38년간에 걸친 자민당의 일당지배체제의 붕괴에 이어 등장한 7당1회파에
의한 연립정권을 이끈 호소카와는 국내적으로는 역대정부가 실패한 깨끗한
정치의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법을 성립시켰을 뿐더러 대외정책면에서도
과거 침략행위의 사과에 인색지 않으면서 국제적 책임을 자진해서 다하려는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식민통치의 잘못을 솔직히
사과함으로써 어느때 보다도 한일관계의 밝은 전개를 예상시켰었다.

그래서 그의 새 정치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호감을 받는 속에 더 긴
재임이 기대됐었는데 그점에서 이번에 8개월의 단명총리로의 퇴진은
충격적이라 할만한 것이다.

그리고 호소카와가 직접 밝혔듯이 그의 사임이 사가와규빈그룹으로부터
빌려 쓴 1억엔과 장인명의의 NTT주식 매입문제등 정치자금시비와 연계된
국회의 공전사태가 직접적 동기가 됐다는 것은 너무나 아이로닉한 일이다.
일본정계의 체질이 되다시피한 정경유착의 금권부패 행태를 추방하고
정치풍토의 쇄신을 내걸었던게 바로 호소카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세계,특히 일본정치에 있어서 정경을 유착시키는 음성적인
정치자금거래의 단절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말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정치인에게는 정치자금이라는 돈이
정치생명을 앗아갈수 있는 독약과도 같은 것임을 보여주었고 그점에서
우리정치인도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쨌든 "호소카와 이후"를 둘러싸고 일본정치권력의 향방은 아직 갈피를
잡지못하는 혼미상태에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후임총리에 누가
될것인지가 문제다.

연립여당중 사회당과 사키가게는 현 연정의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호소카와 내각의 주도권을 쥐었던 신생당과 공명당은 이 기회에 외교 안보
경제등 주요 정책에서 이견을 보이고있는 사회당을 배제하고 자민당의
일부를 끌어들여 연립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포스트 호소카와"의 정치구도가 어떤것이 될지 전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것은 일은 정치의 쇄신을 강력히 요구하는 일본국민이
무책임한 일본정치의 혼란과 공백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점에서 우리는 일본정국의 조기수습을 낙관한다. 특히 우리는 누가
후임총리가 되고 어느 정파가 집권하든 호소카와 총리재임때 우리의 김영삼
문민정부간에 좋은 재출발을 한 한일우호협력관계의 새로운 기본틀이
변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