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밥냄새, 미치겠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한테 벤토(도시락)를 싸달래서 가지고 오는 건데.."

"하하하... 글쎄 말이야"

소년병들이 웃으며 지껄여댔다.

그 소리를 들은 감사대의 성인 군사들은,

"아, 그래요?"

"취사 준비를 안해가지고 왔군요"

"굶고서 싸울 수는 없지요"

하면서 따라 웃었다. 이들은 농민이나 상인이라는 평민 신분이었기 때문에
상급무사의 아들들인 소년병들에게 경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자기네가 먹으려고 지은 밥에서 먼저 소년병들 한 사람에게 한
개씩 커다란 "니기리메시"(주먹밥)를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반찬은 "우메
보시"(매실 장아찌)와 "다쿠왕"(단무지)쪼가리였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소년병들은 그것을 손바닥에 받아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히나다도 한 덩어리 얻어 요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 소년병들을
이끌고 지정받은 자기네 포진지점까지 행군해 갔다.

어느덧 밤이 꽤 깊어 있었다. 히나다는 소년병들에게 노영진지를 만들게
한 다음, "내일은 적군과 일대 격전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오늘밤은 모두
실컷 잠을 자두도록 하라. 그런데 우리 번대는 취사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내일 아침 식사가 걱정이다. 본진에서 보급이 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큰 낭패다. 내가 다시 감사대를 찾아가서 내일 아침 식량을
마련해 오겠다. 그쯤 알고 너희들은 지금부터 일제히 취침을 하도록.
알겠나?"하고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푹 자겠습니다"

제각각 힘차게 대답들을 하고서 소년병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히나다는 혼자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히나다는 그길로 돌아오질 않았다.

이튿날 아침 잠을 깬 소년병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식량을
구하러 간다던 대장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우선 아침 식사가 걱정이었고,
또 싸움터에 나와서 지휘자를 잃어버렸으니 난감하기 짝이없는 일이었다.

비는 그쳐 있었으나, 짙은 안개가 자욱이 끼여서 도무지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모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히힝 히히힝... 어디선지 말이 코를
부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