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기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경제발전은 마라톤경주에 비유할수 있다. 10~20년동안 경제발전이나 높은
성장을 지속한 나라들이 마라톤 경주에서처럼 처음엔 선두주자로 뛰다가
중간지점에서 초반의 급피치에 오는 지나친 체력소모로 뒤로 처져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과거 100년사이에 후진국중 선진국이 된 나라는 일본정도다. 100년
전과 지금 세계 20대선진국의 순위는 약간의 변동이 있었지만 일본을 제외
하고는 후진국이 현재의 20대 선진국대열에 끼인 경우는 거의없다. 이와
관련,"제로섬사회" "대경제전쟁"등의 베스트셀러 저서를 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레스터 솔로교수는 "아마도 2050년까지 현재의 20대선진국
구조에는 별로 큰 변화가 없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2050년까지 후진국중에서 선진국이 되는 나라는 많아야
2~3개국에 그치고 과거 100년간의 20대선진국 구조에는 별로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며칠전 한국은행은 92년기준으로 한국의 GNP는 세계13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고 한국이 세계20대 선진국대열에 진입했다고 말할수
있을까.

GNP규모만으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발전정도를 GNP라는 지표만으로 측정하기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유엔개발계획(UNDP)은 인간개발지표(HDI)인 문맹률과 문자해독률
평균수명 구매력등과 사회진보지표(SPI)인 <>교육수준(문자해득률 아동
취학률 상급학교 진학률) <>건강수준(유아 사망률 질병 발생률 평균수명)
<>기본생활서비스수준(상하수도시설률 위생시설률 주택보급률 전화보급률
도로포장률 의료복지시설률)<>정치수준(정치적참여율 정당제도 민주화정도)
<>환경보전수준(대기.수질의 청결도 각종 공해방지시설의 충실도 환경보전
개선정도) <>여성의 지위 역할 수준(여성의 진학 취업 승진 사회활동에
있어서의 성별차별철폐정도)등이 GNP와 함께 한나라의 선진화여부를 가름
하는 결정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한나라의 계층구조를 기준으로 피라밋형사회와 다이아몬드형사회로 나누
는데 전자는 극소수의 상.중류계층과 대다수의 하류층으로 이루어진 사회
인데 반하여 후자는 극소수의 상.하류층과 다수의 중산층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국내외전문가들은 한국사회의 현계층구조가 60%를 넘는 증산층으로 급속
하게 다이아몬드형 사회로 바뀌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있다. 그러나 UNDP의
인간개발지표나 사회진보지표기준에서 보면 아직껏 선진국대열에 들어서
기는 어려울것 같다.

이제 정부는 경제의양 보다는 경제의질을,그리고 생활의양보다 생활의질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을 바꾸어나가야할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는 갖게 되었으나 중고차에다 너무 작고 경양급이 되어 가족
을 펀안하게 다 태우고 장거리여행을 안전하게 하기 어렵다면,그리고 고속
도로상의 교통체증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10시간이상이 걸리는 교통환경
에서는 생활의 질은 높아질수가 없다.

또 가족수가 많아 대형냉장고나 에어컨 세탁기등은 마련했으나 자기집이
없어 집안에 들여놓기가 어렵다면 역시 생활의 질이 높다고 볼수 없다.
설사 자기집이나 영구임대아파트입주권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15평내외의
작은 주거공간때문에 가전제품이나 가구를 놓을 자리가 없다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두되면 아무리 작아도 "집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임을 알수 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에 알맞는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주택이 필요하다.
이러한 집을 마련하는것이 생활의질을 높이는 것이고 또 정부가 추구해야할
경제정책 사회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75%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정부는 무조건
무주택자가 없도록 만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것 같다. 단순히
무주택자에게 10~15평짜리 초미니 아파트를 한채씩 갖게해서 전가구가 작은
집이라도 다 갖게 만들면 된다는 생각은 2000년대에는 대단히 잘못된것으로
받아 들여질것이다.

따라서 무주택자를 유주택자로 만드는것 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살기에
불편한 너무 작은 집을 사람답게 살기에 알맞는 집으로 바꾸어 주는,다시
말해 생활의 질을 높여주는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뉴욕,시카고등 대도시에 있는 과거 20~30년전에 빈곤층을 위해 지은 작은
평수의 시영아파트들이 현재 거의 모두 슬럼화하여 마약중독자 부랑자 거지
좀도둑등의 소굴로 변해 시당국이 대대적인 철거작업을 벌이고있는 사실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무조건 작은 평수의 영구임대아파트를 많이 짓는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대신 30평이상의 주거공간을 갖춘 아파트를 보다 많이 짓는 선견지명이
필요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를 넘어설 2000년이후에는 지금까지 지어
놓은 10~15평짜리 소형 아파트는 입주자나 입주희망자의 격감으로 공동화될
가능성이 매우크다.

한편 고갈되어가는 에너지 자원에 대한 대책과 파괴가 진행중인 지구생태
환경을 개선 보호하는 환경대책도 반드시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산업정책에
포함시켜야 한다.

수질오염 대기오염은 말할것도 없고 탄산가스에 의한 지구의 온실효과
산성비,프레온가스에 의한 오존층파괴등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조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개선대책은 경제발전 사회발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일본처럼 정부는 부자지만 개인은 가난하고 살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어
서는 안된다. 나라도 국민도 부자가되어 국민이나 국가가 다함께 품격을
갖춘 생활부국 생활선진국을 만들어 품위있는 국가와 생활의 질이 높은
고품위 국민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