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성제지와 계열사인 남한제지의 법정관리신청이 제지업계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계성제지는 남한제지와 풍만제지등 계열사를 합칠 경우 연간 30만t의
인쇄용지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최대의 인쇄용지업체인데다 제지업계
전체로 봐서도 한솔제지및 무림제지그룹과 더불어 3대 제지업체로 군림해
와서이다.

계성제지의 경영난은 인쇄용지시장의 과당경쟁, 계열사인수및 설비투자에
따른 부담이 겹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쇄용지시장은 지난 92년 중반 한솔제지가 참여하면서 공급과잉으로
과당경쟁에 돌입, 지난해엔 최고 30%까지 덤핑판매하는등 시장이 엉망
으로 변했다.

이에따라 대다수의 인쇄용지업체들이 지난해 이부문에서 수십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는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체들이 과잉생산물량을 중국등으로 수출에
나서면서 과당경쟁이 점차 줄곤 있으나 이에따른 후유증으로 결국 굴지의
제지업체인 계성제지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사태를 빚게 됐다.

계성제지는 지난해 매출 8백억원에 8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계성제지는 지난 84년 남한제지를, 85년 풍만제지를 인수하는등
제지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들 업체의 설비보강을 위해 수백억원을
투입해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도 경영에 부담을 줬다.

자회사를 정상화시키려다 모기업이 넘어진 꼴이 됐다.

계성제지는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에 4백50억원등 총부채가 7백억원선
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금융계에선 총여신이 약 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성제지는 수원지법에 신청한 재산보전처분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일단
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세부적인 자구노력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오산소재 공장을 매각해 경영정상화에 쓴다는 구상이다. 오산공장은
역에 인접해 매각이 쉬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6백억원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각만 순조롭게 이뤄지면 기업정상화는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공장의 설비는 남한제지 대전공장안의 여유부지로 이전하고 회사도
양사를 합쳐 계성제지라는 이름으로 합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법정관리신청에도 불구하고 생산이나 영업등 회사운영은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성제지는 육사출신의 최낙철회장(60)이 지난 66년 창업한 회사로 제지를
중심으로 무역 운송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최회장은 우성그룹 최주호회장의 장남이지만 우성그룹과는 전혀 별개로
독자적인 경영을 해왔다.

제지업체인 풍만제지와 남한제지 성부실업과 동양고속등을 잇따라
인수하거나 창업해 몸집을 키워왔다.

또 제지업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유일의 표백화학펄프업체인
동해펄프에 대주주로 참여하기도 했다.

제지업계는 이번 계성제지의 법정관리신청를 계기로 인쇄용지분야에서의
과당경쟁을 자제하고 공생하는 방안을 조속히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년동안 이어진 과당경쟁이 더이상 지속되면 어떤 희생업체가 또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어서이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한 수출을 더욱 확대하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