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앉는 순간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가야 한다"는 조급증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이건 거의 반사적이다. 즐거운 저녁식사를 마치고
여유자적하게 나온 사람도 차문을 여는 순간 그만 바빠진다. 무엇엔가
쫓기듯 서둘러댄다. 일단 급한 기분이 중추를 자극하면 대뇌는 비상사대에
돌입한다. 이런 반응은 동물의 개체보존의 본능에서 비롯된다.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어수단을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똑똑히 봐야 한다. 행여 적이 접근해 오지
않는지 경제의 빛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이러한 경계반응은 즉각 공격
중추를 자극하여 일단 유사시엔 한판 치룰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진다.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가빠온다. 혈중
아드레날린 분비가 많아지고 혈당치도 올라간다. 목이 탄다. 이러는 순간
위장운동,위액분비는 저하된다. 내장혈관은 수축되어 대신 팔 다리 근육에
피를 많이 보내야 하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른다. 이런 상태가 몇해를
계속되어 보라. 고혈압 심장병 위장병 거기다 만성피로 불면증등 소위
말하는 스트레스성 질환이 한목에 엄습한다. 끝내는 몸이 성해 남지를
못한다.

하지만 그보다 당장의 문제는 험한 입니다. 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운전대에 앉으면 입이 험해진다. 몸뿐이 아니다. 사람도 버리는게
한국에서의 운전이다. 길이 막히면 거의 발작상태로 되는게 운전사의
조급증이다.

공격중추가 잔뜩 긴장된 이런 상태에선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실제로 길을 안비켜 준다고 살인도 났다. 양보란 있을수 없다. 그건 곧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살벌한 경쟁심이 발동된다.

앞질러 간차를 폭행한 것도 그래서다. "네가 어디라고 감히?"이건
자존심의 문제다. 운전도 난폭해진다. 교통사고가 안날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냉정히 자신을 돌아볼 시점에 왔다. 우리의 무지 우리의
미개성으로 인해 자동차가 흉기로된 이 사실을 참으로 부끄러이 여겨야
한다. 왜그리 서둘러야 하는지,무엇이 그리 급한지부터 한번 따져보자.
정말 사람 죽을 일이라도 생겼다는 건가. 설령 그렇기로서니 급히 서둔다
고 막힌 길이 뚫어지더냐 말이다. 핏대를 올려야 상황은 악화될뿐 나아질게
없다. 사리가 이러하다면 처방은 아주 간단하다.

느긋해야 한다. 습관성 조급증을 버리고 느긋한 기분으로 운전을 즐겨야
한다. 길이 막히면 음악도 듣고 길옆의 풍경도 찬찬히 뜯어보자. 빠르게
지나칠적엔 미쳐 보지 못했던 신기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아!
저런 것도 있었나 싶을게다. 새로운 눈으로 사물을 보고 느낄수 있다면
따분한 일과에 이보다 좋은 청량제도 없을 것이다. 자가용 차가 이젠
생활필수품으로 되었다지만 그래도 드라이브 하는 기분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먼지를 덮어쓰고 십리길 자갈밭을 걸어야 했던 시절을 더러는
생각해 보자는 거다. 무엇이 급하고 무엇이 불만이랴. 즐거운 기분으로
운전대에 앉자. 노래라도 흥얼거리며 느긋한 기분으로 여유롭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