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들은 열심히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뛰고 있다. 그중에는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있지만 제조업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홍콩을 통해 간접수출했던 자기제품을 직접 팔아보려는 비즈니스맨
들이 많다.

홍콩으로 의류용 접착밴드를 수출하고 있는 중소기업 H사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작 얻는 성과는 미미하다.

H사장은 시장조사차 중국 충장길에 올랐다. 우연히 들른 동성의 한
시골공장에서 자기회사제품을 보았다. 모른척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자기가 홍콩기업에 판 가격의 2배나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밤새 배신감
비숫한 감정을 느꼈다. 홍콩회사들이 한국물건을 받아 중국에다 파는
줄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비싸게 값을 붙이는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H사장은 직접 수출하면 그만큼 경쟁력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다시
중국에 왔으나 의외로 판매루트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홍콩기업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에 혀를 차며 술만 들이키고 온것이 전부다.

중소기업의 중국시장개척을 위한 노력중 관연 얼마나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을까.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출장을 한번 오면 그 경비도 만만치
않다. 두번 세번 거듭되면 될수록 조급한 마음도 생긴다. 기본적으로
언어가 문제가 되는데다 누구를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중국
기업의 가장 간단한 메카니즘인 실수요자와 무역공사간의 관련성도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섯번인가 중국을 갔었지요. 믿을
만하다 싶어 한사람을 잡고 갈때마다 뒷돈도 주고 했는데 결과가 없어요.

한번은 이상한 사람 한사람을 데리고 와서 장사하는데 도움이 될 사람
이니까 사례를 미리 좀 하라고 그러잖아요. 의심나긴 했지만 일단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죠. 장사를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중국돈으로
3천원(원화 30만원)인가를 줬죠. 그래도 감감 무소식이예요. 결국은
포기했죠. 역시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홍콩을 통해하는 것이 최선인것
같아요. 달리 방법도 없잖아요" 40대중반의 여사장 S여사의 푸념섞인
말이다.

"홍콩기업은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길래 제값받고 물건을 팔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도 생깁니다" 네번째 중국방문에서도 아무 상관없이 돌아
가던 H사장의 이번 출장 감상이다.

홍콩기업이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역시 가장 큰 요인을 구안시(관계)
의 형성과 관련이 있다. 오랜기간동안 "중국의 창"역할을 하며 쌓아올린
인간관계나 각종 안면들이 비즈니승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정보의 힘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적절한 바이어에게 적기에
상품을 주면서 제값을 받을수 있는 정보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나타난다.
더구나 비정상(비정상)거래가 많기로 유명한 중국남부에서는 인민폐
거래라는 특수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의 내수용제품 생산기업은 외화가 없어 원부자재를 수입할 경우
인민폐 결제를 희망한다. 그런데 한국기업은 외화를 받지 못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면 홍콩기업은 중국내에 있는
자신의 투자기업 또는 친분이 있는 기업들을 통해 어느때라도 인민폐를
홍콩달러나 미화로 바꿀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 방법도 안되면 전문적으로 홍콩까지 인민폐를 수송해주는 소위
"꾼"들도 있다. 홍콩에서는 인민폐의 태환이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한국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구안시(관계)도 많지 않고 정보도
없다. 편법을 찾아가는 길도 모른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으니 당연히
뭐라고 말할수 없지 않는가 하는 반문도 가능하다. 이 약점들이 모두
하루아침에 해결되지는 않는 문제들이니 답답함은 더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홍콩을 통해서만 수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서커스단 주인이 버는 상황"을 바꾸려면
적어도 간접장사에서 번 돈의 3분의 1은 직접시장개척에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