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안팎으로 금융시장개방과 금융자율화라는 시련을 맞아
대응에 골몰한 가운데 최근 국내은행의 주주총회가 잇달아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은행주총에서의 관심사항은 크게 두가지인데 하나는 지난
한햇동안의 영업실적보고이며 다른 하나는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인사이다.

먼저 지난해의 은행영업실적을 보면 일반은행의 영업이익이 2조8,960억원
으로 92년에 비해 11.7% 늘어났는데 이는 지난92년의 이익증가율 28.3%에
비해 크게 떨어진 실적이다. 총자산에 대한 당기순이익의 비율인 총자산
이익률(ROA)도 지난해에 0.58%에 그쳐 지난 92년의 0.70%보다 낮아졌다.

이처럼 국내은행의 영업실적이 좋지못한 까닭은 무엇보다도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기업의 자금수요위축으로 시중금리가 크게 낮아졌고 따라서
예대마진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자금난이 완화되고 심한 경우 돈쓸 사람
을 찾아나설 지경이 됨에따라 과거 은행수익을 높이는데 적지않은 기여를
한 "꺾기"가 힘들어진 탓도 있다.

이같은 사정은 국내은행들의 이익구성을 봐도 알수있다. 원화예대부문을
포함한 은행의 이자수입은 3조4,469억원으로 전체이익의 57.5%에 그쳤으며
91년의 63.9%, 92년의 62.5%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에비해 각종
수수료수입및 주식매매이익을 포함한 비이자수입은 1조4,468억원으로 전체
의 24.1%에 달했으며 91년의 21.2%보다 높아졌다.

또한가지는 국내은행의 수익성이 미국은 물론 일본의 은행에 비해서도
낮은것이 사실이나 같은 국내은행간에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겠다. 총자산이익률을 보면 가장 좋은 신한은행의 2.06%와
외환은행의 1.08% 사이에는 거의 1%포인트의 차이가 벌어져 있으며 1인당
업무이익에서도 신한은행과 다른 은행들은 거의 2배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에따라 상업 서울신탁 대동 평화은행등 4개은행은 배당조차 하지
못했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은행들의 흡수.합병
까지도 예상된다. 금융자율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은행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국내금융계의 오랜 믿음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영업실적보다 훨씬더 관심이 많은 것은 누가 은행장및 임원이 되는냐는
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대로 거의 모든일은 사람이 하기 나름이다.
특히 금융업과 같은 서비스업종은 인사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은행들의 인사문제는 자율적인 경영진선출, 업무의 기계화에 따른
인원감축및 전문가양성.영입 등의 몇가지로 요약된다. 이중에서도 유능한
경영진을 자율적으로 뽑는 일이 제일 중요한 까닭은 책임경영체제를 확립
하기 위해서이며 특히 요즈음과 같이 금융환경의 변화가 빠른 과도기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

김영삼대통령도 지난해 취임뒤 시중은행장의 선출에 대해 정부는 물론
대기업등 대주주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한바 있으며
이때문에 지금의 은행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은행장을 뽑는
절차나 형식에 관계없이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해치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
유감이다.

한예로 최근의 제2차 장영자어음사기사건과 관련하여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동화은행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한것이 대표적이다.
은행장이 새로 와서 미처 현황파악도 못한 판에 물러나는 일이 되풀이
된다면 책임경영은 고사하고 경영공백이 생길 것이 아닌가.

또한 서울신탁은행의 경우에 두드러졌던 것처럼 자행출신의 은행장을 뽑는
문제도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은행장을 뽑을때마다 노조
를 중심으로 내부승진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워지고 있으나 이것이 지나치면
폐쇄적인 집단이기주의를 통한 밥그릇 싸움으로 흐를수 있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금융기관을 경영하느냐이지 그가 외부인사이건 내부출신
이건 상관없는 일이다.

외부인사보다 내부출신 경영진이 은행의 속사정에 밝을 것은 분명하나
편파인사에 따른 파벌조성, 실적증대에 급급한 변칙거래 내부의 비리척결
보다는 나눠먹기 집단이기주의등의 부작용을 가져올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
성과가 나쁘거나 사고와 물의를 일으킨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외부인사로
대체되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지됐던 자행출신 경영진을
고집한다면 경영성과가 나쁘거나 사고가 많이 나는 은행일수록 내부직원의
승진이 빨라지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수 있다.

이같은 논리는 인원감축및 외부전문가의 영입에도 적용될수 있다. 경영
합리화를 위해서는 제살을 깎는 아픔을 견뎌내야 하며 자체적으로 전문가
양성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급한대로 외부전문가를 끌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자행출신이라고 인원감축에 반대하거나 외부출신이라고
전문가영입을 주저하고 받아들이더라도 대우를 잘해주지 않는다면 경영
합리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요즈음의 은행주총을 보면 임원수를 줄이는등 감량경영을
위해 솔선수범하고 초임임원의 중임관행을 깨는등 긍정적인 노력이 보여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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