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단자사 자금중개실에 근무하는 K대리(34). 입사 8년째인 그는 연초부터
일과후면 곧장 영어학원으로 달려간다. 그가 배우는 과목은 "금융실무영어"
K대리가 금융영어를 익히려는 까닭은 언젠가 있을 국제파트근무를 대비키
위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 근무하고 있는 D단자사가 아닌 국내에 진출해있는
외국금융기관에 재입사해서 말이다.

K대리가 전직을 생각하게된 것은 지난 연말 대학동창모임의 망년회때부터.
은행에 다니는 친구는 자기가 "한 30년뒤면 제x대 은행장이 될것"이라며
떠들고 증권회사에 있는 친구는 "월가의 딜러처럼 되는것은 시간문제"라며
떠벌렸던것. 2-3년전 망년회때만해도 친구들 가운데 가장 잴수 있었던
사람의 하나가 K대리였다. 봉급많은 직장에서 남보다 먼저 집장만하고
돈도 좀 모았기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회사의 장래모습이 어떨지,
그속에서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헷갈리고 있는 것이다.

단자사의 장래모습이 전혀 없는건 아니다. 꼭 1년전인 작년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구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기존의
단기금융시장을 유지한채 <>외환시장업무에 적극 참여하며
<>종금(종합금융)회사와의 업무구분을 철폐해 <>장기적으로 국제적인
머천트뱅크 또는 투자은행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런 골자는
단자사들이 희망해온 그대로다. 단자사들이 뒷돈(연구비)을 대줘 나온
보고서이니 그럴만도 했다.

중앙투금의 손완식이사는 "단자사의 자금규모가 이미 중개만을 전문으로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비대해졌다"며 "서울의 단자사들을
종금사로 전환시켜주거나,아니면 자회사를 설립해 기존의 중개기능을
떼어주고 모회사는 투자금융쪽으로 심혈을 기울어야하는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단자사들은 지방단자사의 종금사전환정책과 관련,솔직히 빠른시일내에
종금사로 전환되길 바란다. 지방종금사가 돼봤자 태반이 부실화된
지방리스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로 탈출구는 종금사전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16개지방단자사중 요건이 충족되는
회사들은 아마 1백% 전환을 신청할겁니다. 3년간 단자업무를 보장해
주는데다 리스 국제 증권업무등을 모두 할수 있으니 전환않을 이유가
없지요"(부산투금 김태명서울사무소장) 칼자루를 쥐고있는 재무부는
그러나 서울 단자사의 미래모습에 대해 아직 뚜렷한 그림이 없다.
신경제5개년계획에선 96년께 종금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되어있는"것일뿐 반드시 그렇게 "되는"게 보장된 것도 아니다.
"그때가서 다시 검토해보자"(재무부관계자)는 얘기일뿐이다. 비대해진
단자사들에게 단기자금시장의 중개기능만을 맡기고 그래서 단자회사는
쪼그라드는것 아니냐는 두려움섞인 추측도 업계엔 무성하다.

"금융기관이 망한적이 없으니 살아남기야 살아남겠지만 도대체 2년뒤는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모르는 한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삼삼투자금융
김진호이사는 "살아남기야 살아남겠지만"하고 전제를 붙였지만 이같은
전제는 좋든 싫든 재무부의 "호송선단"이 있을때 얘기다. 금융개방.자율화
시대에는 단자사도 망할수가 있다.

<육동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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