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지났습니다. "요즘 단자업계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얘기다.

"옛날에요? 물론 좋았지요. 10여년전 은행에서 단자로 옮겨왔더니 봉급이
2배반가량 되었어요. 봉급쟁이로서 돈쓰는데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영업
환경도 은행하고는 판이하게 달랐고요. 은행때는 밤낮없이 예금받으러
다니기 바빴는데 단자에 오니 한마디로 앉아서 장사하더군요. "(A단자
P부장)"

불과 몇년전만해도 단자업계 경영진들은 신문에 회사나 임직원,특히 오너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지요. 돈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려 좋을게 없다는 생각때문이었죠. 가만이 있어도 손님이
오는데 적극적으로 홍보할 이유가 없었던 거지요. 왜 옛날 단자업계는
숨어서 장사했다고들 하지 않았습니까. "(B단자 홍보담당자)

"앉아서" 그것도 "숨어서" 돈놓고 돈먹기식의 장사를 해오던 단자업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땅인 명동에 오밀조밀 모여서 소리소문 없이 부를
챙겨온 서울의 8개 단자사. 이들이 이제 흔들리고 있다. 대한 동양 중앙
등 선발사는 설립(73년) 20여년, 신한 삼삼 동아 삼희등 후발사는 설립
(82년) 10여년만의 일이다.

"작년 하반기(93년 7월-12월) 거의 모든 단자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보다 20-30%씩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일부 단자사는 아마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성장으로 돌았을 거고요. " (대한투금 박병철 기획부장)

성장 그것도 고도성장만 알았던 단자사들이 이익이 줄어들기는 이번이
처음. 물론 그 조짐은 훨씬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전 사업년도인 92년 7월부터 93년 6월(단자는 모두 6월말결산)의 영업
이익은 3천8백59억원으로 전사업년도(3천7백62억원)보다 2.6% 늘어나는데
그쳤었다. 이때 제조업체의 매출격인 영업수익은 이미 2조8천3백억원으로
이전 사업년도(3조7백30억원)보다 오히려 7.9% 줄어들었다.

단자사의 영업수익을 마이너스성장으로까지 몰고가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전체금융시장에서의 "위상격하"이고,다른 하나는 금리인하로 인한
"마진축소"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물론 이둘의 관계가 서로 독립적이지는
않지만.

우선 위상격하를 보자. 저축성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를 뺀 비은행저축
(은행신탁,단기금융(단자),투자신탁,보험)의 수신동향을 보면 유독 단자만
비중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수 있다. 은행신탁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
80년대초 점유율 10%미만에서 최근에는 25%선까지 성장했다. 반면 단기금융
은 80년대초 30%에 육박했으나 이젠 10%선에서 맴돌고 있다.

단자의 시장쉐어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시장쉐어축소는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그러나 "마진축소"는 치명적이다.

"단자를 자금중개기관으로 보지만 실제로 중개수수료는 푼돈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이익은 예대마진에서 나온다고 볼수 있습니다"

단자사들의 영업실적 분석업무를 맡고 있는 투자금융협회 고진 대리의 설명
이다. 단자사 이익은 CMA 자기발행어음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예금),어음
할인 형식(대출)으로 운용해서 남은 수익(예대마진)이 대부분이란 뜻이다.

금융산업발전위원회가 최근 재무부에 제출한 금융제도개편연구서에도 서울
8개사의 총영업수익중 중개어음수수료 비중은 0.51%선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예대마진축소가 단자사의 경영악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꺽기"의 대명사로 일컬어졌던 단자사의 마진율은 불과 한두해전만해도 4-
5%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마진을 0.1% 남기기도 힘듭니다. 심할경우 고객을 놓지지않기위해 역마진
까지 감수해야하는 실정이지요"(신한투금 정상구자금시장부장)

이제 단자사에게 마진이란 개념은 "한자리수"에서 "소수점자리수"로
바뀌었다. 자금빈사상태의 고금리시대에 높은 마진을 남기며 호시절을
구가하던 단자사들이 저금리시대의 낮은 마진에 적응하느라 열병을 앓고
있다.

소수점자리수의 마진으로도 이익을 남기고 살아남을지,아니면 더이상
단자임을 포기해야하는지가 선택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